보험사, IFRS17 앞두고 빚내서 자본 확충 중?
상태바
보험사, IFRS17 앞두고 빚내서 자본 확충 중?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8.06.04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자본증권, 작년 대비 5배 증가...올해 더욱 가속화 돼 '4조' 예상
금융당국 "'현금 투입' 바람직 해" VS 보험업계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국내 보험사들이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해지자 빚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3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3조5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2016년 6650억원(후순위채 5210억원, 신종자본증권 1440억원)의 약 5.3배에 달했다. 후순위채와 영구채는 빚의 성격이지만 일정 규모까지 자본으로 인정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어 하이브리드 증권이라고도 불린다. 이전까지 보험사들이 주로 자본 확충에 활용해온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아 발행 회사가 비용을 좀 더 부담해야 하지만,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인 초장기채인 까닭에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자본 확충 용도로써 유리한 측면이다.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전부터 자본 인정액이 매년 20%씩 깎인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는 것은 2021년 본격 시행 예정인 IFRS17 때문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회계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이 동시에 채권 발행에 나서면 조달 금리가 오를 위험이 있다. 실제로 KDB생명이 올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7.14%에 달하는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률을 웃도는 조달비용을 지불한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이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등 자본 확충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빚내기 행진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거나 이미 발행한 보험사 8곳의 채권 발행 규모는 최대 4조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메리츠화재가 후순위채 1000억원을 발행했고, 한화생명은 지난해 5000억원에 이어 올해 4월에 신종자본증권 1조700억원을 또 찍었다. KDB생명은 지난달 214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후순위채도 연내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생명은 이달 중 최대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롯데손해보험도 지난해 11월 900억원에 이어 이번달에 600억원의 후순위채로 자본을 더 끌어모을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7월 중 최대 1조700억원, 현대해상은 3분기 중 최대 7490억원, 동양생명은 하반기 중 53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오는 '빚'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에서 발행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채무 방식의 자본 확충에 앞서 이익 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리지 않고 쌓는 내부유보, 대주주 등의 유상증자 등 '현금 투입'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도 '현금투입'과 같이 자본확충을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다"라며 "금리가 오를 경우 보험사들이 금리 부담이 있기 때문에 FRS17 도입을 앞두고 시장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