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본확충 '비상'...언제가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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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본확충 '비상'...언제가 적기?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8.07.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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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중간선거, 국채발행증가, 중국물 342억불 만기도래 등 년말로 갈수록 부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본확충 계획이 줄줄이 보류된 가운데 미국 금리의 점진적 인상예측과 4분기 발행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망되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을 검토하던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계획을 보류하거나 국내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달 중 아시아 시장 등지에서 추진하던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Tier 1) 발행을 보류하기로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던 교보생명도 이달 초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5억 달러를 조달하려던 현대해상도 일정을 미뤘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증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BIS비율 계산 시 기본자본(Tier1)으로 잡히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통상 만기는 30년 이상이며, 변제우선순위가 후순위채보다 후순위다. 만기에 재연장이 가능하고 반영구적 성격을 띈다.

미국채 5년물의 금리가 최근 2.7%를 넘어서, 신종자본증권보다 금리가 낮은 후순위채의 경우라 해도 발행금리가 4% 후반은 주어야 한다.

KDB생명은 지난 5월  2억달러 신종 자본증권을 표면금리 7.5%에 발행했다. 비록 BB등급이었지만, 이때 이후 더이상의 해외 자본확충을 위한 금융기관의 움직임은 멈춘상태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신용등급 A3의 한화생명이 10억달러 신종 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제시한 표면금리는 4.7%였다. 수익률은 5T+200bp였다. 미국채5년물에 2%를 더 얹어 준 것이다.

금리 오름세가 가파른 만큼 일단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금융회사들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하이일드물 발행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국내 기업에 당부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17~18일 이틀간 열린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Hearing)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제롬파월 의장이 점진적 금리인상 시사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어떤 신호도 찾을 수 없다"며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조금 더(Slightly more)'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물가 측면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7일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선 "현재 최선의 방향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FED 점도표,  올해 하반기 두차례, 내년 세 차례, 2020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Bloomberg>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연준이 올해 분기별로 한 차례씩,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톤으로 증언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연준의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내년 세 차례, 2020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후 하락 예고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네 차례 인상한다고 가정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역전 폭은 75bp,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역전 폭은 100bp가 된다. 

증권사 딜러는 "파월 의장의 증언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시장이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 우려 불식과 금리변동성 완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회사들이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하반기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데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 확산 등으로 자본유출과 자본의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선제적 방어 때문이다. 금리변동성이 줄어드는 적절한 발행 타이밍을 잡는 게 관건이다. 

국제금융센터의 외화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계 외화채권(코리안 페이퍼, 이하 KP물) 발행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5년 이하 중단기물과 변동금리채권(FRN) 발행이 강세였다. 영구채도 대부분 5년으로 설정된 콜옵션 행사일로 발행됐다.

하반기는 만기도래액(138억 달러)를 고려할때 수급 상황은 무난하지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4분기는 만기 도래액이 81억 달러로 집중된 데다, 미국의 11월 중간 선거와 금리상승 전망 등을 고려하면 조기차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물 채권이 342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KP물 발행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됐다. 특히 12월 만기도래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30억 위안을 포함해, 하반기 98억 위안(약 15억4천만 달러) 만기가 도래한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 양적 완화 종료, 미 국채발행 증가 등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자는 대외위험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KP물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완화돼 가산금리 상승폭이 일정수준 제한될 것으로 봤다.

국제금융센터는 "금리상승 기조 유지 및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달러는 중단기물과 FRN 위주의 발행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타는 건 기정사실이다. 미연준의장이 완만한 금리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년말에 가까와 질수록 발행수요가 커지고 ECB양적 완화, 미중간선거 등 요인으로 외화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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