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재벌 총수 직접 겨냥한 수사 방향에 '오너 리스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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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재벌 총수 직접 겨냥한 수사 방향에 '오너 리스크' 부담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5.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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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밀수·탈세 등 다양한 사유의 '오너 리스크'

오너 리스크가 없다던 LG그룹 총수 일가마저 1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재계에 흐르는 긴장감이 어느때보다 높다. 특히 과거에는 기업 현안별 수사 및 처벌에 그쳤던 검찰 및 규제 당국이 총수 일가의 각종 비위를 직접 겨냥했다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 

또 연일 터지는 각종 갑질 및 비리 폭로에 재벌 총수 일가를 향한 여론도 마냥 호의적인 것은 아니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총수 일가를 괴롭히는 사안들도 다양하다. 욕설, 폭언, 부당지시 등의 갑질은 물론 밀수, 탈세, 뇌물 등 가히 '종합 갑질/비리 선물세트' 수준이라는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오너 리스크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갑질은 그렇다 쳐도 탈세, 밀수 같은 사안은 정부 의지가 작용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한진그룹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업체 팀장에게 유리컵을 던졌다는 '갑질' 논란은 어느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밀수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오버랩되며 높아지던 여론의 반감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건설현장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여기에 조 회장 자택 '비밀의 방'에 세관에 신고되지 않은 각종 명품 및 제품들이 보관돼 있을 것이란 내부고발에 관세청은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에 재직했던 것이 알려지며, 국토부는 항공면허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조양호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최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조현아 전 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를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며 경영 일선에서 배재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직원들의 가면 촛불시위까지 더해지자 한진그룹은 장문의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혹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대한항공 직원들은 '거짓해명'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에는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LG그룹은 선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을 보여왔고,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도 거의 없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오너 리스크'가 아닌 '오너 프리미엄'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너 관련 이슈가 없는 재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 중 일부가 계열사 주식을 상호 거래하며 매수자를 사실상 지정하는 방식으로 장내 거래한 것은 소위 '통정거래'로 엄연한 시장질서 위반이며, 이런 행위가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한 것이란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국세청이 LG그룹 대주주 일가 일부를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은 국세청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피고발인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LG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일부 특수관계인들이 주식 매각 후 납부한 세금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 수감중인 롯데그룹은 '왕자의 난'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를 빌미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 했다. 

신 전 부회장은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는 '왕자의 난' 기간동안 있었던 4차례의 주총 표 대결에서 모두 이긴 신 회장이 실제로 경영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신 회장은 1심 유죄판결 이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 회장이 추진중인 지주회사 전환 작업과 호텔롯데 상장 등 '뉴 롯데'를 위한 행보가 다소 소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의 갑질 논란도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이재환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이 대표는 전직 수행비서에게 요강을 닦게 하는 일을 시키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면접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보라"거나 집무실에 설치된 노래방 기기로 노래 시키기, 마사지를 잘 하느냐며 어깨를 주무르게 하거나, 면접 도중 손톱을 깎고 인터넷 검색까지 했다는 제보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폭로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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