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을 기부하고도 쪽방에서 병들어 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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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을 기부하고도 쪽방에서 병들어 죽어야 하나?
  • 정우택
  • 승인 2011.03.01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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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원이나 되는 큰돈을 국가에 기부한 70대 노인이 쪽방에서 혼자 투병생활을 하며 지낸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하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다. 주인공은 강원 화천군 화천읍내 한 쪽방에서 살고 있는 손부녀 할머니. 올해 나이 71살로 뇌졸중으로 쓰러져 홀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손 할머니의 남편인 장창기 (84‧1990년 사망)씨는 1974년 당시 경찰서 신축을 위해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집터(1008㎡)를 비롯해 경찰서 부지 5163㎡, 군청부지 1322여㎡ 등 7493㎡(2400여평)의 토지를 선뜻 국가에 기부(증여)했다. 현재 시가로 50억원에 달한다.

 
당시 장씨가 2400평이나 되는 땅을 기증하자 화천경찰서는 장씨 가족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옛 집터에 90여㎡의 주택을 지어주었다. 경찰은 집터와 주택에 대해 조속한 빠른 시일 내에 장씨에게 등기 이전해 주기로 했다. 큰 기부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하지만 약속은 그저 약속일 뿐이었다.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건물이 노후 돼 생활이 어렵게 되자 10여년 전부터 집을 개‧보수해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답은 국가의 재산이므로 함부로 개‧보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택에 대한 개보수가 안 돼 겨울에는 욕실의 변기가 얼어붙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 장씨가 지병으로 사망하고 가세가 기울면서 2남2녀의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손 할머니는 홀로 집을 지키면서 정부의 생활보호지원금 30여만 원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 손 할머니는 지난 2003년 여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치매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콩팥과 방광의 기능저하 등 합병증으로 앞으로 몇 개월밖에 생활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손 할머니는 지금 10평 남짓한 쪽방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홀로 지내고 있다. 손 할머니의 집 일부는 국가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화천군경우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가족과 주민들은 경찰청에 민원을 내자 경찰은 “어려운 시절 모든 재산을 국가에 기부한 이들 가족에 대해 고마움 마음은 갖고 있으나 현행법상 도울 수 있는 길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 할머니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70을 넘은 노인이 변기가 얼어붙는 추운 방에서 혼자 지낸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 노인의 생활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노인들의 삶을 대변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있지만 혼자 살고, 병들어 혼자 살고, 이러 저런 규정과 법률에 얽매여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손 할머니는 지금 지나온 삶을 후회할 것이다. 우선 50억 원이나 되는 많은 돈을 다 내놓지 않고 다만 얼마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추운 겨울에 변기가 얼어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부는 손 할머니와 같은 노인들을 규정 따지지 말고 돌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70이 넘은 노인이 나쁜 짓을 할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를 할 것도 아니고, 그저 죽을 때까지 등이나 따뜻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혹시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다. ‘몇 십년 전에 기부한 것과 지그 어렵게 사는 게 무슨 관계가 있어. 기부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어렵다고 하는 것은 뭐야.’ 규정 따지기 좋아하는 공무원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법적으로 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린 기부 문화를 정착시킬 의무를 가지고 있다. 말로만 한국 사람들이 기부를 적게 하느니, 기부를 하니 않으니 어쩌구 저쩌구 하지 말고 기부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게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길이다.

손 할머니의 외롭고, 고통스런 삶을 보면서 기부에 대한 마음이 싹 가셨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늙어 돈 떨어지고, 병들면 도와줄 사람이 없는 데 뭐 하러 기부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뉴시스가 이런 기사를 올리자 수천 건의 댓들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손 할머니 얘기는 크게는 정부에 대해 기부할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작게는 공무원들은 너무 규정이나 법률을 따지지 말고, 꼭 도와야 될 사람이 있을 때는 발 벗고 돕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70이 넘은 병든 노인이 변기가 얼어붙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규정이나 들먹이는 공무원은 빨리 옷 벗고 나가는 게 대한민국의 기쁨이 될 것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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