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임원직에 대해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의 임원으로 재직중인 조현민 전무의 국적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이 제기되어 임원직을 맡는 것이 편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항공법은 외국인이 국내 항공운송사업체를 경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6일 “대한항공이 이런 규정을 피하기 위해 조 전무를 미등기 이사로 남겨뒀다”며 “조 전무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법에 따르면 국내 항공운송사업체나 국제 항공운송사업체를 경영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급하는 면허를 받아야 한다. 

사업체 임원 가운데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항공 관련법을 위반한 뒤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등이 한 명이라도 포함되면 면허 결격 사유가 된다.

국가가 항공운송사업을 면허제로 운영하는 건 공공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업이어서 자격요건 중 하나로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확인한 결과 조현민 전무는 미국 국적자”라며 “외국인이어서 항공운송사업체 임원이 될 수 없는데, 대한항공은 법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조현민 전무를 미등기이사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너 일가인 조현민 전무가 미등기이사라고 해서 등기 임원에 비해 권한이 더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한항공이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이 조현민 전무를 임원에 포함시킨 것은 항공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대한항공은 최소한 조현민 전무를 임원에서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오너이자 임원이면서도 미등기이사제도를 활용해 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라며 “항공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임원의 자격을 등기나 미등기의 형식적 기준보다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조씨 남매는 대한항공과 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는 왕족처럼 살아오며 최소한의 인격도 갖추지 못한 재벌 3세들에게 경영권을 준 한진 재벌의 문제”라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이 갖고 있는 국적기 지위 박탈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대표는 “나라와 국민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탑 앞에서 책임감 대신 천박함으로 일관한다면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분명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며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국적기의 명예를 계속 부여하는 것이 마땅한지도 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인성 문제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좋은 나무에 나쁜 과실이 열리지 않는 법이다.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만 높일 뿐”이라며 “금수저라고 해서 경영능력 부족해도 경영권에 무임승차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는 전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사내에서도 조 전무 사퇴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조 전무가 사내에서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이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 등 3개 노조는 공동성명을 내고 조 전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공동성명에서 "경영층의 갑질 논란으로 일선에서 피땀 흘려 일한 2만여 직원까지 지탄을 받고 있다. 왜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아야 하느냐"며 "조현민 전무는 경영일선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