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동남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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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동남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 편집부
  • 승인 2012.07.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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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세계 경제의 악화가 눈에 띠게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가 여러 나라로 번지는 형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미 유럽 여러 국가의 자동차 판매가 반토막이 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도 경제 경착륙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고 있어서 세계 경제의 주름살이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자동차 분야의 경우 이미 비상 체제로 돌입한 느낌이다. 작년까지 내수 시장이나 수출을 통하여 성장을 거듭한 국산차 메이커는 세계적으로 성장한 품질 및 가격 경쟁력, 현지에 맞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으나 세계 경제의 악화는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미 국내 경제의 기틀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부품 협력사 등 주변 관계 기업이 가장 큰 관계로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은 바로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국내 자동차 산업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이다.

특히 전통적인 선진 자동차 시장의 치열함을 겪으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움직임이 글로벌 메이커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남아메리카 등은 떠오르는 시장이지만 어느 곳보다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일본 등은 30여 전부터 동남아 시장에 대한 철저한 시장 검증 및 현지에 맞는 차종 투입 등을 통하여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한지 오래이다.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 중 역시 가장 핵심적인 시장은 인도네시아 시장일 것이다. 2억 3천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와 가늠하기 힘든 각종 천연 자원이 가득한 거대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그래서 더욱 각국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2011년의 경우 신차 시장이 약 84만대 시장으로 성장하였고 머지 않아 100만대 이상의 신차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 확실 시 된다. 이 시장 중 일본차가 현지 공장 등을 통하여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트럭 등 상용차의 경우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확대가능성은 무진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국내 메이커의 움직임도 이미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메이커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도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진출하기 시작하여 인도네시아 현지 그룹 중 가장 신뢰성이 높고 굴지의 그룹인 코린도 그룹관의 관계를 통하여 현대상용차 시장 진출을 꾀하였다.

코린도 그룹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해외 기업 중 가장 큰 기업으로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굴지의 그룹이다. 지난 40여 년동안 녹색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친환경 산업을 이끌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를 비롯한 각계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최고의 그룹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이 코린도 그룹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상용 트럭을 모델로 ‘마이티’라는 인도네시아에 맞는 특화된 트럭을 생산, 판매하는 전략을 시작하였다. 현대차그룹은 제품을 책임지고 반제품 형태의 수출을 하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코린도 그룹이 조립, 판매,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형태로 역할분담과 시너지 효과는 추구하는 전력을 구사하였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져 본격 진출한 2007년 이후인 2008년 첫해에 거의 전체를 석권하고 있는 일본의 트럭 시장에서 3천200여대, 즉 약 4.4%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중순부터 그 동안 트럭의 핵심부품 중 변속기와 리어액슬 부품을 기존의 현대차 계열 다이모스에서 중국의 하얼빈 변속기 등으로 임의 변경하면서 상당수의 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고장이 발생하여 심각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원인은 역시 기존 부품에 비하여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부품업체에 주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변속기 부품 등은 엔진과 더불어 바퀴에 전달하는 핵심적인 파워 트레인 부품으로 어느 부품보다 정밀도나 내구성이 요구되는 부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된 중국산 부품은 내구성의 한계는 물론이고 과도한 공차 등 각종 노하우를 요구하는 부분이 부진하여 전체적인 불량 부품이 공급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운전습관이 비포장 도로에서의 과적 등에 기인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예상되었던 요인이고 그 이전에 현장 실태조사를 통하여 과적 등에 대비한 차량 강성 시스템의 필요성은 기본적 사항이라 할 수 있어서 특별히 내세울만한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장을 점유하여 온 일본의 미쓰비시 트럭 등은 과적 등 어려운 운행 여건을 고려하여 최고 품질의 차량을 제공한 것과는 상이한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수십 년을 신뢰로 함께 한 코린도 그룹은 누적되는 고장차로 심각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였으나 현대차 그룹은 시종일관 책임을 미루면서 과적 등 다른 원인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약 3년 전 필자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불구하고 수십 %에 이르는 불량 트럭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손을 쓰기 힘든 상태까지 문제가 커지게 되었다. 지난 올해 3월 중순 코린도 그룹은 인도네시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여 지난 7월 5일 1차 공판을 통해 약 3천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도 현대차 로고로 판매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고 전체적인 한국산 제품의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굳건한 시장을 지키던 일본산 백색 가전제품이 삼성이나 LG 제품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는 시점에 현대차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전 과정을 수년 간 지켜보면서 필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두 개 국내외를 대표하는 기업의 이미지이다. 현대차 그룹은 국내외를 대표하는 최고 기업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코린도 그룹은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두 개의 그룹이 싸우면서 떠오르는 신 시장에서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실추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신뢰를 대표하는 코린도 그룹은 그 동안의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고 있고 현대차 그룹은 세계적인 메이커답지 않게 소인배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수한 것이 있으면 바로 사과하고 과오를 인정하며, 속히 대처하여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코린도 그룹이 큰 그룹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현대차 그룹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그룹인 만큼 더욱 전향적으로 대처하고 모범적으로 처신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룹의 규모에 걸맞고 누구나 인정하는 대인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둘째로 이렇게 일이 커지기 전에 국내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더욱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가 부족한 부분도 아쉬움이 든다. 이미 코린도 그룹은 대통령이나 총리실 등 주요 정부 부서는 물론 자동차 관련 부처에 각종 탄원서나 민원 등을 보내고 중재를 요청하였으나 어느 정부 부서 하나 나서지 않고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기업 간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변명을 할 수도 있으나 필요하고 편할 때 사용하는 논리는 이제는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세계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국이다. 자국의 먹거리 확보를 위하여 모두가 경제인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기업 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이익에 직결되고 우리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경우라는 것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였다. 특히 우리의 두 개 그룹이 새 시장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팽배시킨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중재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편향된 시각을 국민에게 준다든지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는 추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도 한 몫 하였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보도된 경우가 눈에도 띠지 않을 만큼 적었다는 것은 무언가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되는 마음이 든다. 물론 정부 이상 가는 큰 기업이 등장하면서 언론을 통제하고 방향을 좌우한 경우는 해외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알리고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인정하며, 제대로 된 신속한 처리가 진행되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반영구적인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아직 시민단체 등 전문성이 약하고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국내 언론은 중요한 매개체 역할과 판단 능력을 표시하여 왔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과정을 기대하고 보도되기를 바란다.

셋째로 현대차 그룹의 자세이다. 현대차 그룹이 국내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앞으로가 기대가 더욱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치열한 시장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시각도 현대차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약 80%에 이르면서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고 신차 가격 상승, 애프터서비스 인식의 부족 등 여러 면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인 만큼 국내 시장이 해외 시장과 차별화된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고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있는 상태에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비협조적인 자세는 동남아 시장 진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문제가 커진 상태에서 코린도 그룹과의 문제는 제쳐두고 독립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자세로서도 아주 좋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도를 버리고 기회만을 엿보는 인식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이 새로운 신차 시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고 그 중심에 인도네시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진출의 의미에서 현대차 그룹이라는 대표 브랜드에 걸맞게 일을 처리하는 선진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 과정을 지켜보았던 필자로서는 매우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제라도 나서서 잘못이 있는 경우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현대차 그룹은 인도네시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시장은 물론이고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동남아 시장 중 가장 크고 가장 활발한 시장으로 발돋음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 중 가장 핵심적인 기반을 인도네시아가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에는 포스코 및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대기업이 진출할 정도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진출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는 것이다. 문제는 투명하게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제대로 진출하여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 그룹이 하루속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서 동반자 관계로 나설 것을 권한다. 이미 시기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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