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노사관계 평가ㆍ발전방향-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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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노사관계 평가ㆍ발전방향-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
  • 편집부
  • 승인 2012.07.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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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였던 현대자동차의 경우 파업을 적게 벌인 해일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분배몫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이후 22년간 현대차의 노사협상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온건노선인 이영복 위원장 시절(1994년) 무분규로 협상을 끝내며 기본급 13.5% 인상, 성과급 200%와 격려금 72만원의 결과물을 얻어내 파업이 있었던 그 이전보다 훨씬 많은 몫을 챙겼다. 2009년, 2010년, 2011년 등 3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한 이경훈 집행부 때에도 다른 집행부에 비해 많은 협상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기로 산업현장에 임금동결 또는 삭감 바람이 불었던 2009년의 경우 기본급을 동결했지만 성과급 300%와 격려금 500만원, 주식 40주를 받았다. 회사 경영실적이 좋아진 2010년과 2011년에도 성과급, 격려금, 기본급, 주식배당(30주와 35주씩)을 합쳐 역대 최고의 성과물을 기록했다. 중도노선 이상범 위원장때(1991년)도 무분규로 협상을 마친 덕분인지 19.8%라는 최고의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

1990년 직권조인으로 협상을 타결한 게 고율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91년 하반기 새로 들어선 이헌기위원장이 성과급투쟁을 벌이면서 그해 무분규기록은 깨졌다. 2007년 정치파업 기록에도 불구 협상타결 내용이 좋은 것은 정치파업은 이전 박유기 집행부에서 벌였고 후임 이상욱위원장이 무분규로 협상을 끝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극렬투쟁으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낸 2003년, 2006년, 2008년과 8,900여억원의 매출손실을 낸 2005년에는 다른 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배몫이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투쟁을 통해 회사를 압박한 집행부보다 협력적인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분배몫을 안겨준 셈이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사회양극화와 노동운동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고령자 여성근로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늘고 영세중소기업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시장의 이중구조도 심화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노조가입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산업구조는 제조업중심에서 서비스업중심으로 재편되고 제조공정의 해외이전은 활발하다.

이제 적자생존을 넘어 혁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내몫을 우선시하는 노동운동은 설땅을 잃을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선진국들의 노조조직률은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고 우리나라도 1989년 18.6%를 정점으로 9.8%까지 추락했다. 노동운동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대기업노조의 집단이기주의는 그들만의 귀족노동운동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노조 역시 여전히 대립적 갈등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계파간 주도권 싸움과 정치집단화, 투쟁을 통한 전투적 실리주의, 내몫만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 외부세력과의 연계 등 구시대적 관행이 노동운동질서를 왜곡시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전체가 변했지만 노동조합만 혁신파고를 비켜났고 노사상생을 ‘투항’ 또는 ‘비굴한 타협’으로 간주하는 계급투쟁의식이 만연해 있다.

강성집행부가 들어선 현대차노조가 4년만에 파업에 돌입하고 국회에 노동계출신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노사관계가 또다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법재개정, 사내하도급 및 비정규직처우개선, 휴일근로 연장근로포함 등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들도 노사관계를 불안케 하는 요인들이다.

위기를 겪었던 GM은 노조의 과감한 양보로 생산동력을 찾아 글로벌시장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고 도요타 역시 기존의 노사상생문화를 바탕으로 재기에 시동을 건 상태다. 폭스바겐은 근로시간계좌제, 근로시간단축과 이에 따른 임금삭감, 이중임금제 등 노사의 임금 및 근로시간유연성을 통해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노조권력과 외부세력개입, 고용경직성, 갈등적 노사관계 등으로 노사인프라가 취약한 우리 자동차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노조의 경영참여 조항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치고, 노조지도부의 리더십 확립, 작업장통제권을 회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작업장 거버넌스의 정비, 노동자 잘못을 묵인하는 내재적 접근서 벗어나 법과 원칙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

또 노동운동의 정치지향성 탈피, 대기업노조의 사회적 책무, 운동노선의 자주화 등도 합리적 노동운동을 위한 필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편집부  ggal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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