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이 뭐예요?"...지옥같은 복합쇼핑몰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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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이 뭐예요?"...지옥같은 복합쇼핑몰 '연중무휴'
  • 장영준 기자
  • 승인 2018.03.1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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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규제 위한 유통발전산업법 개정안 발의 중

일과 생활의 조화인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 '워라벨'이 최근 직장인들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일을 늘려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영위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하면서 '워라벨'은 더욱 각광받는 단어가 됐지만, 유독 딴 세상의 얘기로만 들리는 이들이 있다. 그 중 '연중무휴'라는 네 글자에 갇혀 지내다 지난달 23일 숨진 채 발견된 스타필드 고양점의 한 아동복 브랜드 점주 A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A씨가 일한 스타필드 고양점은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당시 A씨는 평소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6개월여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남짓 쉬었지만 이 마저도 매장에서 걸려오는 직원의 연락을 받아야 했다. 장사마저 신통치 않아 경영상황도 악화해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A씨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365일 연중무휴'라는 영업정책 때문이다. 기존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로워 아무런 제재없이 365일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을 보면 '복합쇼핑몰'은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인 점포로 쇼핑, 오락 및 업무 기능 등이 한 곳에 집적돼 문화관광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며 1개의 업체가 개발 관리 및 운영하는 곳으로 명시돼 있다. A씨가 입점해있던 스타필드가 바로 이 복합쇼핑몰로 등록돼 대형마트에 적용중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난 1월 23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대기업의 복합쇼핑몰은 현행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스타필드와 함께 대기업 계열 13개의 복합쇼핑몰이 적용을 받게 된다.

김동규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처장은 "(복합쇼핑몰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규제하는 게 맞다"며 "저희가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 여론을 환기하면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입점 매장들이 휴무를 원하는 건 아니다. 수입이 높은 매장의 경우 오히려 연중무휴가 더욱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처럼 수익이 낮은 매장이 '연중무휴'로 인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건 이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장사가 되든 안되든 강제적으로, 일률적으로 일을 해야한다는 점"이라며 "대형마트와 SSM이 대법원의 판결에도 위헌소송을 낸 것을 보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영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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