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M&A 고배 마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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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M&A 고배 마시나
  • 정희조 기자
  • 승인 2018.01.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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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대우건설 인수 ‘급제동’...산은,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연기·정치권 특혜의혹 제기

호반건설에 대한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이 연기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을 인수협상대상자로 결정할 것이 유력했으나, 이날 오후 산업은행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을 연기하면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 결정과 관련 최종입찰제안서에 대한 매각자문사의 평가가 종료되지 않아 결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어 “최종입찰제안서에 대한 매각자문사 평가가 완료되는 즉시 은행 이사회를 개최하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 했다.

그러나 산은이 급히 뿌린 보도자료에는 매각자문사 평가가 완료되는 시점이나 이사회 개최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다. 입찰제안서 평가는 메릴린치, 미래에셋대우 (11,050원 상승400 3.8%)가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 가격은 물론 인수 조건, 인수 이후 경영능력 등 비가격적인 부분에 대한 추가 협의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국계 투자사 엘리언홀딩스를 제치고 단수 후보로 결정됐다.

당시 호반건설은 산은에 분할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대상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 중 40%를 1조3000억원(주당 7700원)에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는 2~3년 뒤에 추가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예상을 깨고 호반건설의 분할매각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산은이 호반의 분할매각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데, 결정이 연기되면서 인수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 것이다.

대우건설의 M&A를 둘러싼 정치권의 의혹제기도 산은의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우건설을 서둘러 헐값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단독 응찰자인 호반건설은 분할매수를 역제안하는 등 석연치 않은 과정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앞서 지난 4일에도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는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책위는 “3조원대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우건설을 서둘러 매각할 경우 투입된 공적자금 대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졸속 매각될 경우 기업 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시점에서 서둘러 매각할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책위는 이어 “산업은행이 자회사 매각을 통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관련자들이 배임 등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 지난해 5월23일”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런 헐값 매각을 염두에 둔 듯한 정관개정에 나선 것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호반건설은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그동안 굵직굵직한 M&A에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을 비롯해 ▲동부건설 ▲울트라건설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등의 인수 경쟁에도 참여, 'M&A 단골손님'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실제 울트라건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반건설로써는 산은이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을 연기하고, 정치권이 제기한 특혜의혹이 부담스러워 ‘인수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4500억원에 육박하고,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도 1조1316억원에 이른다. 자기 자본도 1조226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20% 미만이다. 여기에 1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 동원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재계에서 현금 동원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이번에는 정치권의 특혜의혹에 휘말려 또다시 대우건설이라는 대어를 놓치며 분루를 삼키게 될 지 주목된다.

이 경우 대우건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또다시 기약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희조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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