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대우 인수,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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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대우 인수,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으려면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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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의 악화된 재무상황 극복 관건....상이한 조직·문화 케미스트리 결합도 변수
호반은 주택사업 일변의 사업구조 다각화 기회...해외수주 역량 높여야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중국 자본에 한국 유수 건설업체의 세계적 수준의 시공능력과 설계기술, 네트워크를 넘겨주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우건설이 어떤 기업인가. 아프리카아 동남아 등 오지를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보다 먼저 달려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댐 교량 다리 등을 수주하며, 한 푼의 달러가 아쉬운 나라에 달러를 벌어 들여왔다.

대우그룹 전성기 시절 대우건설의 ‘대우맨’은 민간외교 기능도 훌륭히 수행했다. 월남전에 첨전했던 한국이 통일 베트남과 순조롭게 외교관계를 맺게 된 것도 어떤 기업보다 먼저 베튼남에 진출한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의 베트남 인맥이 크게 일조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대우 수속 일꾼들이 무장 괴한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납치되는 일을 겪으면서 공사를 수행하고, 또 따내는 눈물겨운 역사(役事)를 이어가며 대우건설의 역사(歷史)와 전통을 이어왔다.

지난 1973년 세워진 대우건설은 해외건설을 특화하면서 아프리카와 동남아 SOC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다 1999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돌입과 함께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인수됐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해외건설 수주를 바탕으로 2003년 조기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대우건설의 시련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면서 다시 시작된다. 서울역 대우센터(현 서울스퀘어) 등 알짜 자산을 매각 당하고 대한통운 인수에 강제 동원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대우건설은 다시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돼 공적 자금이 투여됐으며, 이후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수차례에 걸쳐 매각설에 시달렸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은 단순히 하나의 대형 건설업체를 인수한 것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한국 건설역사의 한축을 신생 기업이 인수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것은 대우건설에게 악몽이다. 그때는 기억하는 대우건설 직원들은 “쪽 빨렸다”는 말로 그때의 악몽을 회상한다.

대우건설 인수가 ‘승자의 저주’나 ‘독인 든 성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수자인 호반건설로서는 두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는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점과 대우와 호반의 케미스트리의 순조로운 결합이다.

우선 대우건설의 재무건정성이 악화한 것은 금호아시아나 피인수 시에 우량 자산을 털렸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2005년 말 3조1756억원이었던 대우건설의 부채는 작년 9월 말 현재 7조원으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면서도 악화됐다.

또 하나는 호반과 대우의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조직의 결합니다. 대우건설 임직원은 금호아시아나에 하도 호되게 당한 ‘학습경험’ 탓에 매출규모가 대우건설의 8분의 1에 불과한 호반건설에 인수당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또한 호반건설의 경우 김상열 회장 중심의 오너경영체제인 반면 대우건설은 창사 이후 줄곧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해온 점도 넘어서야할 간극이다.

인수자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이 계획하고, 기대하는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또 다시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꼴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우건설 인수금액(1조3200억원)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호반건설은 산은이 사모펀드 ‘KDB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6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 중에서 40%에 대해서만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10.75%에 대해서는 3년 뒤 사는 조건을 붙였다.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호반건설은 몸집도 키우고 주택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토목·플랜트·해외사업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하면 현대건설과 시공능력평가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호반건설로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택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사업구조로 인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토목, 주택건축사업, 플랜트사업을 고루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57%가 주택건축에서 발생했고 플랜트(23%), 토목(16%) 순이었다. 특히 시공실적 중 23%가 해외 프로젝트다.  

주택사업에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푸르지오’, ‘푸르지오 써밋’ 등의 브랜드도 사용할 수 있게 돼 호반 베르디움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을 내놓을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사업에 편중된 호반건설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데 대우건설 인수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수 토건 분야 진출 뿐 아니라 대우건설의 해외 플랜트 사업 노하우와 영업망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사업기회도 노려볼 수 있다.  

한편 김상열 회장은 대우건설을 호반건설과 별도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임직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경영과 관련해 호반건설을 거치는 우회경영이 아닌 '직접보고' 체계를 갖춘 독립경영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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