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순탄했던 LG, 4세 승계도 무리없을까?...구형모의 회사 '지흥'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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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순탄했던 LG, 4세 승계도 무리없을까?...구형모의 회사 '지흥'이 변수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1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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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를 지주사로 편입하면서도 구형모 대리가 100% 보유한 '지흥'은 그대로

故 구인회 창립주 겸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진 LG그룹의 3세 승계가 4세 승계까지도 무리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LG가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해 미뤄왔던 완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 LG전자 대리가 100% 지분을 가진 '지흥'만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 남게 됐기 때문이다.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해 승계와 계열분리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LG그룹 승계구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대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지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을 물려받을 유력한 후보가 구본무 회장의 양자 구광모 상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을 생산하다 사업을 중단하고 신성장 사업인 전장분야로 방향을 돌린 '지흥'의 존재가 선도적 지주회사 체제인 LG그룹 지배구조에서 이질적인 것은 사실이다. 

사업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흥이지만, 구 대리는 꾸준히 자본을 투입하고 관련 업체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외형확장과 내실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아직 젊은 구 대리의 지흥이 장기적으로 LG그룹 승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지흥이 자동차 센서 제조업체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구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인 전장사업 분야에서 아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먼 훗날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다소 무리에 가까운 해석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분석은 최근 LG그룹의 최종 의사결정에 구본준 부회장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구 부회장은 지주회사 LG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큰 틀에서 의사결정과 주요 경영 사안을 챙겨 왔다.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을 대신해 올해 상반기 전략보고회와 하반기 업적보고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LG그룹에서 '인사권'은 구 회장이, '경영권'은 구 부회장이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관계자는 "과거보다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례에 비춰봐도) LG그룹은 경영권 다툼이 거의 없어 구 상무로의 승계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위치한 LG트윈타워 전경

LG 기업집단 소속 업체 중 '이질적 존재'인 지흥

LG그룹 승계 구도에서 지흥을 둘러싼 구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선도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일찌기 구축한 LG그룹 기업집단 소속 회사 중 유일한 오너일가 개인회사이자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다는 점과,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행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흥은 LG 기업집단 소속 업체 중 유일하게 오너일가 지분 100%의 회사다.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인 LG전자 구형모 대리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셈으로, 미국 유학 시절인 2008년 1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소재 업체다. 

LG그룹의 승계 구도에서 눈에 잘 띄지는 않는 지흥이 꾸준하게 언급되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LG그룹의 전자계열사들이 주력하는 사업에 연이어 발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 직후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지흥은 201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24% 늘고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한 것을 계기로 2013년까지 고속성장을 거듭한다. 지흥의 고속성장 배경에는 LG전자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설립 이후 지흥은 LG화학으로부터 받아오는 일감이 꾸준히 늘었다. 2009년에는 1억86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슨 153억2700만원에 달했고,  2012년에는 255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20.2%에 해당했다. 이밖에도 LG이노텍, 관계사인 동양센서와의 거래를 통해 2012년 영업이익 103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흥의 고속성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멈췄다. 내부거래 비중을 20.2%에서 10.9%로 줄이면서 2014년 영업이익은 10억원대로 90% 급감한다. 

실적이 급감하던 2014년 지흥은 기존까지 주력 사업이던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영업권 일체를 팔고, 사업 다각화 목적으로 자동차, 가전시스템 업체 센시스(現 센티온) 지분 45%(360만주)를 총 18억원에 취득한다. 센티온은 세종공업 오너일가와 지흥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전장(전기장치) 부품 제조 회사다. 세종공업 2세 박정길 부회장 등이 남은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흥이 전장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직전인 2013년 7월,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국내 전자업계 최초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부를 신설한다. 당시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 부회장으로 재직중이었다. LG이노텍, LG화학 등 LG 그룹사들도 전장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장사업 등 지흥의 사업영역이 LG전자가 역점을 둔 미래사업 분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흥과 센티온은 아직까지 전장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새로운 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일감 몰아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세 경영까지 순탄했던 LG그룹, 4세 승계도 문제 없을까

LG그룹은 창업주인 故 구인회 회장 이후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작업과 동업자인 허씨 가문의 GS그룹으로 분리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LS그룹과의 분리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구광모 상무로의 승계도 문제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구형모 대리에게 눈길이 쏠리는 것은 구본준 부회장의 (주)LG 지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LG그룹 오너 일가의 현재 (주)LG 지분율은 구본무 회장이 11.28%로 가장 많고, 구본준 부회장이 7.27%로 두 번째로 많다. 3대 주주인 구광모 상무가 6.24%로 2004년 0.26%에 비해 지분율을 크게 늘리며 승계 작업에 대한 사전준비를 착실히 준비중이고,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3.45%를 보유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친아들인 구 대리에게 자신의 지분을 물려주고, 지흥이 성공적으로 성장한다면 훗날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최근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시키며 계열분리로 미뤄뒀던 지주회사 체제로의 완전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지흥만은 지주회사 체제 밖에 남아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구 상무는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친아들로,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이 그룹 승계를 위해 양자로 입적시켰다.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한 가풍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구 상무는 1978년 생으로 1987년생인 구 대리보다 9살 많다. 당시에도 재계에서는 친아들이 아니어서 향후 승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과, LG그룹 오너 일가의 가풍을 고려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란 분석이 공존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을 총애했다는 설도 이런 분석이 나온 원인 중 하나다. 

LG그룹은 오너가 자제들도 사원으로 입사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2018년도 인사에서 구광모 상무가 전무승진 없이 LG전자로 수평이동 한 것도 착실한 경영수업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만 40세가 되는 나이도 전례에 비춰 승진을 보류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 상무로의 승계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LG가(家) 인사들은 올해 들어 (주)LG 지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딸인 구자영씨, 차녀 구자혜 씨, 구자혜 씨의 아들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자녀 구연승, 연진, 웅모 씨 등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내놓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적극적으로 지주사 보유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구 상무는 지난 9월 희성금속 주식 3.02%를 처분해 약 71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아직 비상장사인 LG상사의 자회사 범한판토스의 상장도 구 상무의 (주)LG지분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는 범한판토스 지분 7.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후반기 상장이 유력히 점쳐진다. 다만 71%에 달하는 내부거래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 

구형모 대리는 올해 만 30세로 아직 경영권을 논하기엔 이른 것이 사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재계는 구본준 회장의 행보, 구형모 대리의 '지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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