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배현기) 는 10 일 오후 여의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다산회의실에서 한국금융연구센터(이사장 윤동한 ) 와 공동으로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와 은행산업에의 함의 ” 라는 주제로 제 7 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50 여 명의 전문가 및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석 , 빅데이터 시대 도래의 의미와 은행산업에 미칠 다양한 영향에 대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가 은행의 영업 환경과 경쟁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 빅데이터 시장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함과 동시에 금융기관과 소비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과 정책제언을 공유했다.
빅데이터는 은행과 고객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어
동국대학교 강경훈 교수는 '빅데이터와 은행산업 경쟁구도의 변화'라는 발표를 통해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가 은행산업의 경쟁구도에 미칠 각종 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빅데이터와 관계형 금융의 측면에서 보면 IT 기업은 hard information 으로 , 소규모 금융회사들은 soft information 으로 경쟁하는 경우 빅데이터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거나(진입비용이 높은 경우) 시장에 빅데이터 기업과 소규모 금융회사의 공존(진입비용이 낮은 경우 ) 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IT 기업들이나 데이터 브로커 (data broker) 등이 금융회사와 직접 경쟁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여러 금융회사에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 금융회사의 soft information 생산에 대한 투자 유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와 함께 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측면에서는 최근 금융이론의 통념에 반하여 대규모 상업은행들도 중소기업 금융을 많이 취급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지적하고 ,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제공 면에서는 대형은행이 중소규모 지역은행이나 협동조합형 금융회사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강교수는 빅데이터 시대에도 소규모 지역은행 , 협동조합형 금융회사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고 , 금융산업 시장구조와 정보의 생산 , 유통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향후 정보정책이 금융산업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 “ 금융회사의 정보 이용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도 직결되므로 관련 제도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 고 말했다.
또한 , “빅데이터와 관련된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핀테크 및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부는 넓은 시야에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제언했다 .
플랫폼 인프라 뿐 아니라 거버넌스 체계에도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이 필요
한국 IBM 의 임용성 상무는 '빅데이터 활용 현황 및 은행 산업에서의 시사점'이라는 발표에서 “ 금융 시장은 양적 성장의 완화 , 글로벌 규제의 강화 , 고객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요구 및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많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 고 밝혔다 .
임상무는 “ 이러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이 되는 ‘ 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 역량 ’ 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 며 , “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 인사이트에 대한 개선 ,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 그리고 리스크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데 , 데이터의 활용 측면에서 보면 대략 10% 정도의 데이터가 관리 및 활용되고 있으며 90%가까운 데이터는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 ” 이라고 지적했다 .
이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
캐나다 대형 은행의 경우에는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던 고객의 음성 정보를 텍스트로 변환함으로써 비정형 텍스트에 숨겨진 인사이트를 식별 , 고객의 이탈 징후에 대해 더 정확하게 예측을 하고 있으며 조기 이탈 방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
일본의 대형 은행은 모바일 , ATM, 웹사이트 등 고객의 접점 채널에 대한 접근의 연속성을 확보 , 접근 채널이 다른 경우에도 일관성 있는 인지를 통해서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으며 고객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 고객 행동을 분석하여 좀 더 개인화된 캠페인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임상무는 “ 빅데이터를 은행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 빅데이터 플랫폼 인프라 ’ 및 ‘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 ’ 이 필요하며 , 명확한 오너쉽을 통해서 장기적인 관심 및 지원이 필요하다 ” 고 강조했다 . 또한 , “ 빅데이터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실행함으로써 비즈니스 효과에 대한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 고 제언했다 .
이 자리에 참석한 하나금융지주 그룹정보총괄 (CIO) 유시완 전무는 종합토론 시간을 통해 “ 카카오 뱅크 등 인터넷은행 , 구글 , 아마존 등의 온라인 기업 뿐 아니라 월마트 , 스타벅스 등의 오프라인 기업들도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 며 “ 금융지주회사법 및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등으로 인해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완화 및 경쟁력 제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산업은 물론 , 고객에게도 혜택을 주는 「 포용적 금융 」 과 「 건강한 금융 」 을 실현할 수 있을 것 ” 이라고 조언했다 .
빅데이터 분석이 야기할 ‘ 차별 ’ 문제 대응을 위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고학수 교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활용과 관련된 법적 쟁점' 이라는 논문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기술이 실제로 소비자를 상대로 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법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선결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
고교수는 “ 빅데이터 분석은 많은 경우에 통계적 추론의 과정을 포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 차별 ’ 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 고 지적했다 .
예를 들어 고객의 신용도 파악은 금융산업의 본질적인 중요한 기능이기도 한데 신용도 파악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수집하여 어떻게 분석모형을 만들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
또한 “ 빅데이터 분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던 과거에도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 빅데이터 분석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수불가결하다 ” 고 강조했다 .
고교수는 “ 더욱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더욱 고도의 분석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이를 둘러싼 차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 면서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에 도입될 수 있는 알고리즘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 고객 신뢰도 제고를 위해 일정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고 지적했다 .
이를 위해서는 ‘ 설명가능한 인공지능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등 법률 및 기술 영역에서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를 적극적으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한익재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