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는 비흡연자의 피해를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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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비흡연자의 피해를 보상하라
  • 정우택
  • 승인 2011.02.1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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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흡연자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냐?”
법원이 흡연자가 담배로 인해 암에 걸렸다며 3억7천만 원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냈는데 이데 대해 흡연과 폐암이 인과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후 비 흡연자들이 한 말이다.

지난 1999년 폐암 환자와 가족 25명은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을 냈다. 당시 암환자는 7명이었는데 6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서울고법은 환자들이 하루에 한 갑씩 20년을 흡연한 점, 폐암 진단시까지도 흡연을 계속해 온 점을 고려할 때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인과관계가 있다 해도 정보 은폐. 니코틴 함량 조작 등 담배회사의 불법행위가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향후 환자들이 다른 소송에서 담배회사의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입증하면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담배 소송을 예고했다. 문제는 흡연자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법원이 사실상 KT&G의 손을 든 셈이다.

판결에 대해 폐암 환자 측은 재판부가 국민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며 불만을 털어놨, KT&G 측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환영하면서도 흡연과 폐암이 인과관계에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각자 자기들 입장에서 재판 결과를 본 것이다.

판결은 헷갈린다. 폐암이 흡연과 관계가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흡연자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면 책임을 물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담배회사는 모든 게 극비리에 붙여지는데 평범한 골초가 어떻게 담배회사를 들여다 본단 말인가?

이날 판결은 법원이 양쪽을 다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암환자를 생각해 폐암과 흡연이 인과관계에 있다고 했고, 담배회사를 생각해 잘못이 입증되지 않으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판결의 진의가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러다보니 기자들도 서로 다른 기사를 썼다. 어떤 기자는 법원이 담배와 폐암과의 상관관계를 인정했다고 리드를 잡았고, 다른 기자는 법원이 KT&G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보도했다. 흡연과 폐암이 인과관계는 있지만 담배회사의 불법행위가 없으면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양다리 판결 때문일 것이다.

판결을 자세히 보면 양쪽을 다 생각한 것 같지만 흡연은 당사자 개인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법원의 생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담배 연기에는 수십 종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아도 병 없이 건강한 사람이 있고,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음을 본다. 담배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확증할 수도 없고, 흡연과 암이 아무 관계가 없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 결국 담당 판사가 담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흡연은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힌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아파트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길을 갈 때 앞사람이 내뿜는 담배 연기를 마실 때, 큰 건물의 계단이나 비상계단에 꽉 찬 담배연기는 비흡연자를 열 받게 한다. 특히 아파트 아래 위층 간에는 서로 말도 못하고 속만 썩인다.

흡연자들은 그러나 이런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흡연권’ 운운하며 더 피워댄다. 다른 사람이 자신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당연하니 뭐라고 하지 말라고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친다. 어떤 경우는 당신이 나에게 담배를 사 준 일이 있느냐고 공격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암에 걸렸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나? 피우지 말라고 하는 담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피워놓고 병이 생겼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흡연자들의 권리가 아니라 비흡연자들의 권리다. 이제 비 흡연자들이 나서야 할 때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흡연자는 담배라도 피우고 피해를 본다고 하지만 비 흡연자는 흡연자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에게 ‘우리가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입증해 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어떻게 입증할 수가 없다. 피해를 준다고 할 수도 없고,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마치 담배와 폐암과의 관계와 같다.

비흡연자들이여! 일어나자. 흡연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담배 연기를 몰아내는 것은 비흡연자의 권리다. 이렇게 될 경우 흡연자들은 담배회사와 비흡연자의 사이에 끼어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정 우 택 편집국장

정우택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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