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사 건설채 1조 연내 만기...얼어붙은 투심에 유동성 위기 우려
상태바
30대사 건설채 1조 연내 만기...얼어붙은 투심에 유동성 위기 우려
  • 김진희 기자
  • 승인 2024.05.09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황 탓 투심 외면...공모채 미매각 사태·사모채 선회
P-CBO도 답 아냐...연 7%대 고금리 감당해야
보유현금으로 상환시 현금흐름 저하 예상
HL 디앤아이한라, 공모채 투자 주문 '0건' 굴욕...1300억 상환 부담
HL 디앤아이한라 본사.[사진=HL 디앤아이한라]
HL 디앤아이한라 본사.[사진=HL 디앤아이한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후 건설사 자금 확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 탓에 공모 시장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를 감당하거나 내부 현금을 소진하는 형국이다.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이 피어나오는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 공시를 녹색경제신문이 종합한 결과 14개 건설사 올해 만기 회사채 잔액은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표=김진희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공시를 녹색경제신문이 종합한 결과 14개 건설사 올해 만기 회사채 잔액은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표=김진희 기자]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14개 건설사가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는 총 1조 269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30위 건설사 중 연내 만기 회사채가 있는 14개 사의 잔액을 합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일반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고 만기에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건설업 채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공모 시장 조달에 큰 어려움이 닥친 상태다.
  
◇정부보증 P-CBO도 건설업 리스크 못 이겨...연 7%대 고금리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기대를 걸어봤지만 그마저도 업황이 발목을 잡아 금리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국가기관 보증으로 시장 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 발행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건설채 발행 금리는 연 7%대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P-CBO 발행으로 단기 자금 융통에 나선 금도건설, 대흥토건, 해유건설 등 중소형 건설사들은 연 6~7%대 금리에 만족해야 했다.

◇HL 디앤아이한라, 낮은 신용·1300억 상환 부담 이중고

연내 만기 회사채 잔액 규모가 큰 기업 중 SK에코플랜트(A-)는 양호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고 DL이앤씨(AA-)는 현대건설과 더불어 업계 최상위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큰 걱정은 없다. 실제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이달 중 총 1000억 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총 1302억 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가 연내 만기를 맞는 HL 디앤아이한라다. 'BBB+'라는 하이일드급의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HL 디앤아이한라는 지난 2월 700억 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받지 못 했다.

결국 총액 인수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물량을 나눠 소화했고 금리는 연 8.5%로 당초 희망금리 범위 최상단으로 결정됐다. HL 디앤아이한라의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단기 차입금은 약 1859억 원으로 현금성 자산 850억 원을 두 배 이상 웃돈다.

NICE신용평가는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로 차환위험이 재차 부각되고 있고 건설사 자체 자금을 활용한 차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해 현금흐름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건설업계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투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워 만기 채권을 보유 현금으로 갚는다면 건설사 유동성이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