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900점도 대출 힘들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 대출 문턱 높아진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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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900점도 대출 힘들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 대출 문턱 높아진 시중은행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4.04.2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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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인플레이션에 신용점수 900점 이하 대출 어려워
신용 사면 및 비금융 정보 신용점수 포함 영향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자 평균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으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에는 신용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비교 공시에 따르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NH농협)이 신규 취급한 일반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27.6점이다. 이는 전년 동기(918.8) 대비 약 0.96% 증가한 수치다. 인터넷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3대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 800점대였으나 3월 들어 901.6점이 됐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과 3대 인터넷은행 모두 평균 신용점수 900점을 넘었다.

이러한 신용점수 상승에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별도로 신용 대출 기준을 높였다기 보단 고신용자 자체가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전체적인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었다. KCB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900점 이상의 신용점수를 받은 사람은 전체 4953만 명 중 2149만 명으로 전체 인원의 43%를 차지한다. 950점 이상의 초고 신용점수를 받은 사람도 1315만 명 수준이다. 이는 1년 만에 147만 명이 늘었다.

이러한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는 통신비나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 등 비금융 정보를 신용점수에 반영한 것이 영향을 줬다.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간 통신 요금 납부 정보 등록으로 가점을 준 신용점수 상승분은 총 2068만1457점에 달한다. 건강 보험 납부 등록으로는 지난 2월에만 178만575점이 가점으로 부여됐다.

정부의 신용사면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달 대출 연체자 298만 명에 대해 연체 기록을 없애주는 ‘신용 대사면’을 실시했다. 올해 2월 말까지 2000만 원 이하 소액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한 개인 264만여 명과 개인사업자 17만5000여 명이 대상이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이번 신용 대사면을 통해 연체 이력을 지운 개인 264만 명의 신용평점은 평균 37점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사면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점수 상승만큼 실제 신용도가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KCB가 공시한 신용점수별 불량률은 2020년 말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신용점수별 불량률은 향후 1년 내에 90일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신용점수 900점 이상 차주의 불량률은 ▲2020년 말 0.07%, ▲2021년 말 0.10%, ▲2022년 말 0.14%까지 올랐다. 950점 이상 차주의 불량률도 2020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한편 신용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을 찾는 고신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월 기준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신규 대출 중 8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9%에 달했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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