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대, 386세대 유입으로 세대 교체
4월 11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두 달 가량 남겨 놓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재영입은 정당으로선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페이스 오프(Face-off:떼어내기)하는 ‘물갈이'가 가장 큰 목표다. 참신한 인물로 새롭게 변모할 테니 지지해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셈이다.
실제 영입 인재가 총선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가능한 이야기다. 1990년대 이후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대부분 인재영입에 성공했다.
◆ 15대 총선 총선(1996년), 신한국당의 성공 =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든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총선에서 세 불리를 느꼈다.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자 바짝 긴장했다. YS는 아들 현철 씨의 아이디어로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비정치권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현철 씨는 영입 작업에도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쪽 판사’로 불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모래시계’ 검사인 홍준표 대구시장, 노동운동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수사검사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의사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등을 영입했다. 특히 진보정당인 민중당 출신 이우재 이재오 김문수 전 의원을 데려왔다. 군사독재 이미지가 남아있던 신한국당의 진보세력 영입은 주목 받았다.
신한국당은 이회창 전 총재와 박찬종 전 의원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클린 이미지’로 선거를 치러 139석을 얻음으로써 제2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이하 국민회의•79석)를 크게 앞질렀다.
◆ 국민회의도 영입 성과 =법조인 천정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앵커 출신 정동영 전 의원, 대기업 임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소설가 김한길 전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거물’이 됐다. 국민회의는 야권분열 등으로 정대철, 조세형, 김덕규, 한광옥, 김병오, 장석화, 박실, 이원형 등 서울 지역 중진이 대거 낙선했다. 신한국당이 170석에서 139석으로 줄고, 국민회의는 65석에서 79석으로 늘어 DJ는 ‘약진’이라 주장했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 50석, DJ의 정계 복귀에 반대한 통합민주당이 15석을 차지한 상황이었다.
◆ 16대 총선(2000년), 세대교체 영입 = 15대 총선에서 인재영입 효과가 입증되자 16대 총선 때는 각 당이 인재 영입에 힘을 쏟았다. 16대 총선은 이른바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정치권에 전면 등장하는 세대교체의 계기가 됐다.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정권을 잡은 DJ는 국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1999년 하반기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고 386세대 운동권을 비롯해 서영훈 전KBS 사장과 최영희 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 회장 등 유명 인사와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과 유삼남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인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새천년민주당은 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의원, 이인영 의원, 오영식 전 의원 등을 영입했다. 우 의원은 당시 민주당 중진 김상현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 이들 중 임종석, 오영식 전 의원은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정계에 꾸준히 진입한 386세대는 큰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한나라당도 학력고사 전국수석 원희룡 전 장관, 방송으로 인지도를 높인 오세훈 서울시장, 남경필 전 의원 등 30대를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당선됐으며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출범시켜 쇄신을 강조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133석,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얻어 여소야대를 뒤집지는 못했다.
<17대 이후 현재까지는 하편에 이어집니다>
하준우 기자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