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해님에게 배우는 메타버스 실천윤리...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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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해님에게 배우는 메타버스 실천윤리...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
  • 녹색경제신문
  • 승인 2024.01.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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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메타버스는 교육, 의료, 공연, 예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다. 메타버스에 적용되는 가상현실,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통해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우주 체험이 가능하고, 인체 속을 탐험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여 해외 학생들과 교류도 가능하다. 메타버스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새로운 미래 일자리도 창출한다.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로블록스에서 2022년 창작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6억 2,400만 달러(약 8200억 원)로 2023년은 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대량의 일자리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장밋빛만은 아니다. 아바타 스토킹, 디지털 자산 침해, 과의존 등 우려도 크다. 지난해 3월 메타버스아바타를이용하여 성범죄를저지른 30대남성에게첫 구속영장이신청됐다.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쉽지 않다.

메타버스 성범죄 크게 늘 수도...사회적인 준비는 돼있나?

메타버스의 성범죄는 원칙상으로는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공간을 기반으로 한 현행법의 한계와 메타버스가 국내법을 벗어난 초국적 공간이라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는 AI 아바타에 대한 성희롱 등 사례도 다양하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러하듯 메타버스에도 양지와 음지가 있다.

음지에 대응하는 일차적인 방법은 관련 정부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 규제는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지만,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같이 아직 채 성장하지 않은 초기 시장의 경우, 이른 규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한계는 규제가 사후 대응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늘 한발 느리다는 것이다. 기술을 악용하는 빌런들은 규제의 빈틈을 귀신같이 이용하기 때문에 늘 정부 규제보다 한발 앞선다.

결국 정부 규제는 사후 대응일 수밖에 없고, 피해자 예방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규제만으로는 음지에 대응할 수 없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방법이 있다. 국민 안전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산업과 생태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길, 시민의 역량과 자율성에 기반한 윤리를 정립하고, 실천하는 것, 바로 민간의 자율 규제 방법이다.

정부 규제와 자율 규제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해님과 바람의 나그네 옷 벗기기'와 같다. 정부 규제가 바람이라면, 민간의 자율 규제는 해님과 같다.

우화 속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불수록 나그네가 옷을 추스른 것처럼 규제가 강할수록 빌런들은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해님의 온화한 햇살에 나그네 스스로 옷을 벗은 것처럼 메타버스 윤리에 의한 민간의 자율 규제는 빌런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예방할 수 있고, 산업 촉진에 도움이 된다. 물론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더 효과적인 영역이 있다. 그러나 자율 규제로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반드시 있어야 할 규제의 도입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기업과 이용자 모두 메타버스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바람이 아니라 해님의 지혜를 선택했다.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발표했고, 이어서 2023년 ’메타버스 실천윤리(www.m-ethics.org)'를 개발했다. 교육 자료와 홍보 영상도 만들어 제공한다.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 촉진을 위해 정부 규제를 최소화할테니 민간에서 자율 규제를 통해 국민 안전을 지켜달라고 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영역에서도 안전하게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이제 그 손을 잡을지 말지는 민간에 달려있다. 기업, 창작자, 이용자가 스스로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다면, 창작자와 이용자는 자유를 만끽하며 안전하게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자유로운 도전과 혁신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 이제 모두가 해님에게서 메타버스 윤리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할 때이다.

기업은 메타버스 개발과 운영 시 참고해야 하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약관에 반영해야 한다. 메타버스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창작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 이용자들도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함께해야 한다.

활용이 민간의 몫이라면, 교육은 정부의 몫이다. 현재 주 이용자이자 미래 메타버스의 시민이 될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뿐 아니라, 메타버스를 사용하게 될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실천윤리를 내재화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해야만 목적한 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겪은 시행착오와 역기능 문제들을 메타버스에서 반복해서는 안 된다. 90년대 초 인터넷이 보급될 당시 지금과 같은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고, 대비도 미흡했다.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데까지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메타버스가 오기 전에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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