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이야기] 이탈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불붙은 초콜릿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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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의 유럽이야기] 이탈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불붙은 초콜릿 전쟁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3.12.2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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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레시피 둘러싼 지역 특산식품 명인 vs 대기업 간 갈등
- 이탈리아가 신청한 PGI 관련 EU 委의 판결 여부에 주목

유럽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알프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초컬릿을 둘러싼 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싸움의 한 가운데에 선 주인공은 ‚토리노의 쟌두이오토(Gianduiotto di Torino)‘라는 이탈리아의 지역 특산 초컬릿이다.

거꾸로 뒤집힌 함선처럼 생긴 잔두이오토 초컬릿. ‚토리노의 쟌두이오토’ 또는 ‚쟌두이아(Gianduia)‘는 1806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대영 제국의 해군에 대항하기 북 이탈리아 해협을 봉쇄하면서 수입 코코아 부족 사태가 일어나자 부족한 코코아를 헤이즐너트로 대체하면서 개발된 초컬릿이다. 사진은 토리노의 전통 장인 초콜렛 숍 가운데 하나인 벤키의 제품. Courtesy: Venchi, Torino
거꾸로 뒤집힌 함선처럼 생긴 잔두이오토 초컬릿. ‚토리노의 쟌두이오토’ 또는 ‚쟌두이아(Gianduia)‘는 1806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대영 제국의 해군에 대항하기 북 이탈리아 해협을 봉쇄하면서 수입 코코아 부족 사태가 일어나자 부족한 코코아를 헤이즐너트로 대체하면서 개발된 초컬릿이다. 사진은 토리노의 전통 장인 초콜렛 숍 가운데 하나인 벤키의 제품. Courtesy: Venchi, Torino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트(Piemont) 주의 수도이자 북쪽으로는 알프스 산자락, 서쪽으로는 프랑스 국경, 남동쪽에는 중세 해양무역도시 제노아, 동쪽으로는 산업도시 밀라노 사이에 위치한 문화 도시다.

피아트 자동차, 토리노 유벤투스 축구단에서부터 바롤로 포도주, 둥근 리소토 쌀, 전 세계인들의 아침식사상에 오르는 누텔라(Nutella®) 스프레드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농업에 기반된 세련된 미식 문화가 발달한 곳인 이곳의 자랑거리로써 토리노의 쟌두이오토 초콜릿을 빼놓을 수 없다.

♢ 역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

쟌두이오토는 피에몬트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치고 섭취하는 주식(主食)이자 이탈리아 초콜릿의 왕이라고 불리는 국가적 명품이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잉곳 주괴 모양을 한 이 수제 초콜릿은 카카오, 헤이즐넛(개암 너트), 설탕 등 딱 세 가지 재료만으로 제조해 금박 종이 포장지로 싸여 초컬릿 상점, 카페, 마트에서 판매된다. 맛을 묘사하라면 누텔라 스프레드를 단단하게 굳힌 헤이즐넛 맛 초콜릿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피에몬트 지방에서 장사하는 40인의 전통 초컬릿 장인들은 약 4년 전인 2020년 1월, ‚토리노의 쟌두이오토’를 지리적표시 특산식품(Indicazione geografica tipica)으로 EU에 등록 신청을 냈다.

지역 특산식품의 ‚지리적표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이하 줄여서 PGI)'란 제품 포장에 인쇄해 마케팅할 수 있는 독점적 상표권과 가문별 정통 제조 비법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하에 시행 중인 지리적 표시제(PGI)가 영광 굴비, 청양 고추, 완도 김 등 지역의 대표적 농수산 생산품의 지리적 명칭과 제품명을 함께 사용해 지역 특화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하는 것과 같다.

♢ 이탈리아 vs 스위스 간 초콜릿 분쟁 원인 - 원조 레시피

이 과정에서 카파렐(Caffarel)이라는 초콜릿 제조업체가 PGI 표시 승인에 골칫거리 장애물로 떠오른 것.

카파렐(Cafaarel S.p.A)은 본래 피에몬트에서 창업된 유명 전통 초콜릿 사업체였으나 2021년 9월 스위스의 대형 초컬릿 제조업체인 린트 & 슈프륀글리(Lindt & Sprüngli Group)에 인수되며 스위스 기업이 됐다.

스위스 소유 하의 카파렐은 소비자들의 입맛 선호를 이유를 들어 잔듀이오토 초콜릿의 제조 원료 함량을 변형시켜 30~45%이던 헤이즐너트  필수 함유 비중을 26%로 낮추고 그 대신 분말 우유를 대체 필러로 교체하자고 주장한다.

♢ GPI 승인 전통 음식 문화 고수 = 결국 매출 증가와 경제적 이득이 관여된 중대 사안 

19세기부터 강직하게 전통 레시피를 고수해 온 전통 미식에 대한 자부심 강한 토리노의 쟌두이오토 장인들에게 그 같은 재료 함유 변경은 용납할 수 없는 미식 전통의 이단(異端)이자사회문화적 차원의 스캔들이다.

現 죠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수상 정권 하에서 이탈리아와 스위스 간 초컬릿 정통성과 PGI 승인 여부를 사이에 둔 논란은 국가의 자부심에 대한 도전이자 장기적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AFP통신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은 분석했다.

토리노의 쟌두이오토 초콜릿이 EU의 PGI 표기 승인을 받게 되면 린트 & 슈프륀글리 브랜드 쟌두이오토의 연간 글로벌 매출액은 2억유로(우리 돈 약 3천억 원)에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의 대형 초컬릿 제조업체인 린트 & 슈프륀글리의 초콜릿. Courtesy: (Lindt & Sprüngli Group)
스위스의 대형 초컬릿 제조업체인 린트 & 슈프륀글리의 쟌두이오토(쟌두이아) 초콜릿. Courtesy: (Lindt & Sprüngli Group)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따르면, 모름지기 ‚세상에는 나쁜 홍보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bad publicity.)‘고 했다. 그렇듯 좋든 나쁘든 토리노의 쟌두이오토를 사이에 둔 이탈리아 초콜릿 전통 장인들과 스위스의 다국적 가공식품 제조업체 사이의 갈등의 장기화와 언론의 주목은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매출 증가라는 경제적 효과를 잠시 뒤로하고, 독특한 역사와 스토리를 지닌 특정 지역의 특산 식품의 전통 전수와 원조의 진실성을 수호가 목적인 이탈리아의 로컬 장인들과 다국적 스위스 초콜릿 회사라는 식품가공업계의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 사이에서 향후 EU가 어떤 중재 대책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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