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 체재 돌입하는 엔씨소프트... M&A 통해 다각화 힘 싣나
상태바
'공동대표' 체재 돌입하는 엔씨소프트... M&A 통해 다각화 힘 싣나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3.12.12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무 사모펀드 VIG 파트너스 대표 공동대표로 선임... 창사 이래 최초
'탈리니지' 외치며 장르 다각화 꾀하는 엔씨... 인수합병 카드 꺼내드나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엔씨가 어제(11일) 박병무 VIG 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한 후 공동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임했다. 이로써 내년부터 엔씨는 창사이래 최초로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 박 후보자는 풍부한 경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다. 김앤장에서 M&A 전문가로 활동한 이력을 살려 사모펀드 기업인 VIG 파트너스 이외에도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 하나로텔레콤에서 대표직을 역임한 바 있다.

단순히 ‘감투’만 화려한 것은 아니다. 2006년 하나로텔레콤의 사장으로 부임한 박 후보자는 회사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해당 년도에 하나로는 초고속인터넷과 전화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침체하고 있었다. 이 때 박 후보자는 회사의 조직 구조를 개편하고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인터넷 TV 사업에 착수하면서 회사의 영업이익을 308억원에서 809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하나로는 SK텔레콤에 인수되며 SK브로드밴드로 탈바꿈한다. 

박 후보자는 VIG 파트너스 재직 시절에도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해당 회사는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인수한 이후 가맹점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버거킹의 체질 개선에 힘썼다. 더불어 신규메뉴를 출시하고 이정재 배우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행보에 힘 입어 2016년 들어서 인수 당시 일 평균 200만원 중반을 기록하던 버거킹 매장당 매출액이 42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VIG 파트너스는 2100억원에 버거킹을 홍콩계 사모펀드 기업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시키는데 성공했다. 

한편 엔씨는 올 1분기 부터 다소 하향세를 걷더니, 3분기에는 전년 동기 89%감소한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치면서 힘을 못쓰고 있다. 2021년에 21조원까지 치솟은 주가 총액도 5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리니지’의 IP 파워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엔씨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PC 시장에서의 매츨도 4% 가량 떨어졌다. 

이에 엔씨는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출시하고, ‘LLL’, ‘배틀크러쉬’, ‘프로젝트 BSS’, ‘프로젝트 M’과 같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준비하며 MMORPG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게임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엔씨는 2조원 가량의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M&A 카드를 꺼내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달 9일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게임과 비게임 분야 통틀어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라며 “게임의 경우 M&A를 통해 IP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 M&A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박 후보자를 선임함으로써 해당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CFO가 언급했듯이, 게임사에게 있어 M&A는 단기간에 IP를 확장할 수 있는 주요 전략이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SIE를 꼽을 수 있다. 해당 회사는 ‘너티 독’, ‘서커펀치 스튜디오’, ‘인섬니악 게임즈’ 와 같은 다양한 개발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형성했다. SIE는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독점 IP를 기반으로 최대 라이벌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올 7월 기준 SIE의 플레이스테이션5는 전 세계에서 누적 40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엑스박스는 그 절반 수준인 2100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더 파이널스. [이미지=넥슨]
더 파이널스. [이미지=넥슨]

우리나라에는 크래프톤과 넥슨이 M&A를 통해 자사 게임의 다양성을 확보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서브노티카’를 개발한 미국의 ‘언노운 월즈’를 5억 달러(한화 약 5858억원)에 인수하며 게임 라인업을 다변화했다. 넥슨은 2008년에 지금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는 2서든어택’과 ‘던전앤파이터’를 제작한 게임하이와 네오플을 인수하며 재미를 봤다. 2019년에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된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내 놓은 신작 FPS ‘더 파이널스’는 출시 이틀만에 스팀에서 24만명 가량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면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박 후보자의 이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공적인 M&A를 성사시킨 넥슨의 경우, 게임 업계에서 숱한 시간을 보낸 인재들을 대표직에 앉히는 행보를 보였다. 2014년 넥슨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언 마호니는 2010년 넥슨의 CFO로 취임하기 전까지 일렉트로닉아츠(EA)에 10년간 몸 담은 바 있다. 후임으로 발탁된 이정헌 대표 역시 2003년 넥슨에 입사한 이후 네오플 조종실 실장과 피파실 실장을 역임하는 등 현장에서의 이력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자가 김택진 대표의 측근이고 2007년부터 엔씨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공동대표 체제가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다만 비 게임 부문에서의 영역 확장은 기대해볼 만 하다”고 밝혔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