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1년 만기 예금 4%대 전멸...일부 은행에선 6개월 만기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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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1년 만기 예금 4%대 전멸...일부 은행에선 6개월 만기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 발생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12.0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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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1년 만기 기준 예금 3.9~3.95%
자금조달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수신경쟁 완화돼
일부 은행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 발생
"변동성 확대로 단기예금 수요가 몰리고 있어"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시중은행에서 1년 만기 기준 4%대 금리 상품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당국이 수신경쟁 자제령을 내린 데다 은행이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에선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방망이를 짧게 잡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며 "작년 말처럼 5%까지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9~3.95%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중순까지만 해도 최고 금리는 4.05%에 달했으나 모든 은행에서 4%대 예금 상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연 3.95%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다.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은 연 3.9%에 분포돼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 5%대 금리를 향해가던 수신경쟁이 최근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수신경쟁을 자제하라고 촉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전반의 수신금리 추이 및 자금흐름 동향과 자산 증가율 등 과당경쟁 관련 지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마저 덩달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은행 입장에선 예대마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수신경쟁을 자제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발생 이후 제한됐던 은행채 발행이 풀린 점도 예금금리 인하에 영향을 끼쳤다. 고객들에게 대출을 내주기 위해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데 예금 말고도 은행채라는 선택지가 있어서다.

한편 예금금리 상승기조가 꺾였음에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68조7369억원을 기록해 전월보다 12조7627억원 증가했다. 4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일부 만기가 짧은 상품들 중 4% 금리가 남아 있어 이를 잡기 위한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6개월 금리가 1년 금리보다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오르는데 은행 입장에서 자금을 오래 유치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대표 정기예금 상품에 6개월 만기 기준으로 4% 금리를 적용했다. 1년 만기가 3.95%인 것과 비교하면 0.05%포인트(p) 높은 셈이다. 농협은행은 'NH왈츠회전예금2' 상품의 6개월 만기 기준 금리가 4%를 기록해 금리 역전이 벌어졌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둘다 금리가 같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시장 변동성 때문에 방망이를 짧게 잡으시는 분들이 많다"며 "은행권도 이에 대응해 단기 금리를 좀 더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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