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매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상, 그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욕망의 배 페스카마'
상태바
[화제의 신간] 매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상, 그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욕망의 배 페스카마'
  • 한익재 기자
  • 승인 2023.10.05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상반란사건이후 30년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노동문제에 있어 어떤 진보를 이뤄냈는가?"

이 책은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한 소설가 정성문의 첫 창작집이다. 직장생활, 노동문제, 사내 폭력, 갑질, 사내 불륜 등 일반적인 직장인들이라면 매일 매주할 수 밖에 없는 아주 평범한 사건들을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파헤쳤다. 

정성문 작가는 "이 책은 일종의 컨셉 소설집인데 취업, 노동, 사내 불륜 등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적인 시점에서 그렸다. 27년전 선상반란사건 '페스카마'를 표제작으로 뽑은 이유는 그때나 선진국과 한류 등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지금도 똑같다는 문제의식에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한 노동, 인권유린, 비정규직 등 당시 선상반란사건을 일으켰던 원인들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고스란히, 오히려 더욱 진화된 버전으로 버젓이 살아있다"고 지적했다.

페스카마15호 사건이 발생하고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나라는 OECD 가입, IMF 사태 발생,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굵직한 경제적 사건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에 우리 사회는 문제를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자본주의적 병폐와 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고 확대했다는 것.

이책은 '패밀리 비즈니스', '카메라맨, '하얀 개', '부부젤라, '통차이', '의원면직', '벽소령의 여름', '페스카마' 등 8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8편을 꿰뚫는 주제는 직장에서의 부조리다. 

특히 표제작인 중편 '페스카마'는 전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페스카마 15호 선상 반란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성과급 계약, 노동 착취, 인권유린, 비정규직 문제 같은 사건 속에 감춰진 자본주의적 폐해를 들여다봤다.

정치적 색깔이 다른 3대 백수의 화합을 그린 첫 작품 '패밀리 비즈니스'의 앞부분에서는 IMF 사태의 발발을 그렸으며 마지막에 수록한 '페스카마'는 IMF 사태가 닥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IMF 사태의 시작을 담은 두 작품을 수미쌍관 형태로 소설집의 앞과 끝에 배치한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IMF 체제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다.

콘셉트 소설집의 완성도 높인 소설 간의 유기적 연결 구조

구조적인 면에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소설집에 수록된 특정 소설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른 소설 속에서 다시 전개하는 독창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창업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퇴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하얀 개'에서 언급되는데, 이 문제는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을 그린 '통차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직장 갑질을 '하얀 개'는 피해자의 시각으로 그린 반면, '부부젤라'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루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입체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이처럼 수록된 소설들이 유기적 연결구조를 갖는 것은 결국, 이 소설집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의 풍경이자 구성원들이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성문 작가는 우리 문학판에서는 드물게 국가경제와 기업경영 실상을 잘 아는 작가이다. 표제작 페스카마호의 이야기뿐 아니라 여기에 수록된 소설 한 편 한 편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들이 내몰려 있는 자본주의 정글 속의 이야기다. 작가가 억지로 만들어내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공룡화된 우리 경제사회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작가가 표본처럼 보여준다.

 

 

한익재 기자  go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