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진 경쟁 감수하며 기업대출에 사활 거는 5대 은행...하반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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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진 경쟁 감수하며 기업대출에 사활 거는 5대 은행...하반기 괜찮을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09.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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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전달 대비 8조 증가해 증가폭 가팔라
가계대출 잔액이 1조원대 증가한 것과 대조
저마진 경쟁이라는 비판 은행권에서도 의식
하반기 기업 경기 전망 불투명해 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대출 증가세가 더 가파른 모양새다. 

그러나 은행권이 저마진을 감수할 정도로 지나친 경쟁을 벌이다가 자칫 수익성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하반기 기업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를 낮춰서라도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은 과거부터 있어왔다"면서 "최근 은행권에서는 기업 대출 심사 역시 강화하고 있는 만큼 건전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간 기업대출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 4893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 5974억원 증가했다. 8개월 연속 잔액이 늘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부문 모두 큰폭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났다. 중소기업 대출은 618조 849억원으로 7월 612조 6824억원에 비해 5조 4025억원이나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129조 4044억원으로 전달 126조 2095억원에 비해 3조 1949억원 늘어났다.

은행 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역시 늘고 있지만 증가폭은 기업대출에 비해선 완만하다.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 8120억원으로 집계돼 전달 679조 2208억원에 비해 1조 5912억원 증가했다. 

은행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더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가계 빚이 최근 폭증하고 있는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한 데 있다. 금융당국이 집중점검에 나서며 눈을 부릅뜨자 은행권은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 대출 영업을 다소 사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8월 말 주담대 잔액이 514조 9997억원을 기록해 전달에 비해 2조 1122억원이나 증가했다. 월별 증가액이 2조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2월 이래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은행 사이에서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상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이자가 낮은 대출 상품을 홍보해왔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고객군이 다소 한정돼 있어 은행권에선 일반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해서라도 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곤 한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이러한 우려를 의식이라도 한 듯 공격적으로 기업금융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최근 전략 발표회에서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7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제일 크게 고민한 부분이 수익성"이라며 "마진이 없는 자산은 우량자산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저마진 경쟁이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침체로 인해 하반기 기업 전망 역시 좋지 못하다는 게 은행권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BSI 전망치가 96.9로 나타났다. 통상 100미만이면 기업이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제조업 역시 업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8월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 BSI가 7월 72에서 8월 67로 크게 하락했다. 

부진한 업황 전망은 대출 연체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8월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36%였다. 1년 전 0.21% 대비 무려 0.15%포인트(p)나 증가한 수치다. 하반기 역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은행권은 마냥 기업대출에만 열을 올릴 수 없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시중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기업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은행의 건전성도 계속 고려해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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