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게임업계가 가야할 길... '발더스 게이트3'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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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韓 게임업계가 가야할 길... '발더스 게이트3'가 보여줬다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3.08.2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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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늪' 빠진 우리나라 게임 업계...새로운 길 모색할 때
'발더스 게이트3'가 보여준 '싱글 게임'의 힘 주목 필요
판교 테크노 밸리 전경. [사진=성남시청]
판교 테크노 밸리 전경. [사진=성남시청]

최근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부진에 시름시름 앓는 모양새다. 넥슨, 그라비티, 엠게임 정도의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자는 만듦새가 빼어난 싱글 플레이 게임 제작이 업계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근거를 ‘발더스 게이트 3’가 제시해줬다. 

발더스 게이트3. [이미지=라리안 스튜디오]
발더스 게이트3. [이미지=라리안 스튜디오]

라리안 스튜디오 ‘발더스 게이트3’는 무서운 흥행세를 기록중인 RPG 게임이다. 8월 4일 출시 당일 42만7천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더니, 이틀 후인 6일에는 동시접속자 수가 81만명까지 치솟았다. 평론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21일 기준 락스타 ‘GTA V’, 닌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같은 메타크리틱 점수인 96점을 획득하며 ‘모던 클래식’ 반열에 오른 모양새다. 

우리나라 게이머들도 ‘발더스 게이트3’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에 국내 스팀에서 판매량 1위에 등극한 후, 오늘 기준으로도 ‘스팀 최고 인기 게임’ 이라는 위상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반응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발더스 게이트3’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던전 앤 드래곤’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턴제 방식으로 이뤄지는 전투와 ‘주사위 굴리기’로 게임 진행 방향이 결정되는 시스템도 현시대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은 자발적으로 한글 패치를 제작하면서 까지 ‘발더스 게이트3’ 속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지각 변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싱글 플레이 위주의 콘솔 및 PC 게임이 큰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게이머들을 만족시켜 줄만한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내놓지 못했고, 동시에 불법 복제 등의 문제가 맞물려 싱글 게임 시장이 방황하는 와중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치고 올라와 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닌텐도]

다만 코로나와 닌텐도가 시장의 지각 변동을 불러 일으켰다. 게임과 친숙하지 않던 대중들도 무료한 ‘거리두기’ 생활을 달랠 창구로 게임을 택했다. 여기서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앞세워 ‘소통의 욕구’를 해소하게 끔 하는 게임의 특징이 ‘동물의 숲 붐’을 몰고 왔다. 이는 콘솔 보급률과 콘솔 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 인식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 규모도 나날이 성장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의하면, 2021년도 우리나라 콘솔 게임 시장은 약 1조520억 수준의 규모를 형성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세다. 2015년에는 불과 1.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2022년 들어서 6%대의 점유율을 형성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점점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게임 업계는 이를 공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더불어 ‘발더스 게이트3’는 ‘가성비’ 있는 싱글 플레이 게임의 ‘사업적 가치’도 보여줬다. 

다소 의아한 주장일 수 있다. 해당 게임이 적은 제작비와 인력으로 개발된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2017년 부터 해당 게임 제작에 돌입했고, 3년이 넘는 얼리 억세스 기간을 거쳐 게임을 계속해서 담금질 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 보면, ‘발더스 게이트3’ 흥행의 핵심은 탄탄한 세계관에 게이머들이 성공적으로 스며들 수 있게 한 게임 시스템에 있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튼튼한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무수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선택지마다 각기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끔 하는 독자적인 ‘게임 세계’를 구축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한 ‘몰입’의 극대화가 ‘발더스 게이트3’ 게임성과 흥행의 중추다.

인사이드. [이미지=플레이데드]
인사이드. [이미지=플레이데드]

결국 ‘발더스 게이트3’는 싱글 플레이 게임의 성패가 ‘몰입감’의 점도에 달려있음을 보여줬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 변태적 디테일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 올렸지만, 꼭 같은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도 몰입감을 구현할 수 있다. 플레이데드 ‘인사이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게임들이 ‘발더스 게이트3’와 같은 디테일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들 역시 독자적인 세계관과 그 세계에 녹아들 수 있게끔 하는 적절한 게임 시스템을 선택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싱글 플레이 게임은 자발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게임 분야 중 가장 활발한 평론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3’가 여러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찬사와 높은 메타 크리틱 점수로 인해 게이머들의 많은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게 있어서 ‘입소문’이 곧 최고의 마케팅이기에, 완성도만 뒷받침 된다면 발매 이후 뒤따르는 마케팅 비용도 어느 정도 해소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가 겪고 있는 부진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들 수 있겠으나, ‘모바일 MMORPG’에 다소 편중된 개발 방향과 ‘리니지 라이크’로 대변되는 과금 모델에 지쳐 ‘K-게임’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도 큰 이유라고 판단된다. 기업의 1순위 목표가 이윤 추구이기 때문에 이러한 동향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설명한 것처럼, 싱글 플레이 게임도 높은 상업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시장 또한 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게임사들이 이에 주목해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어가기를 기대해본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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