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아모레퍼시픽의 ‘리브랜딩’... 중국 리스크 극복 묘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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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아모레퍼시픽의 ‘리브랜딩’... 중국 리스크 극복 묘수될까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3.08.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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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오프닝 ‘지지부진’... 소비자와 함께 나이 든 브랜드 위치도 ‘불안’
뷰티업계 “중국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없어”... ‘리브랜딩’ 통해 반등 모색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아모레퍼시픽이 리브랜딩을 통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북촌 설화수의 집’ 전경.[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리브랜딩을 통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북촌 설화수의 집’ 전경.[사진=아모레퍼시픽]

중국 시장에서의 압도적 성적으로 대한민국 황제주로 불렸던 ‘영광의 시기’는 끝났다.

중국의 더딘 리오프닝도 문제지만, 그 와중에도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뷰티브랜드의 성적표는 중국 자체 브랜드와 유럽 명품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시장에서의 아모레퍼시픽 부진의 원인을 몇 가지로 제시한다.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 한국 정부의 ‘탈 중국’ 움직임에 대한 반발, 유럽이나 일본 브랜드에 비해 애매한 포지셔닝 등이 그것이다.

국내 뷰티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뷰티 브랜드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을 개척하는 것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긍정적인 답을 하지 못한다.

국내 뷰티 기업들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포기할 수 없는 시장에서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국내 뷰티 브랜드들은 소비자와 함께 나이 먹어 갔다. 2020년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든지, 이미 성공했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리브랜딩’을 시도하든지 선택의 기로가 다가왔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일환으로 설화수와 헤라 등 간판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리브랜딩’ 작업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위기 극복 방안인 리브랜딩 작업을 짚어봤다.

 


헤리티지의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 글로벌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설화수’


설화수의 브랜드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로제.[사진=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브랜드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로제.[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브랜드 역사가 쌓이면서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의 일등공신인 ‘설화수’를 버릴 수 없었던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정교한 리브랜딩 작업에 돌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설화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의 핵심 목적은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헤리티지(전통)를 계승해 나가면서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설화수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1932년부터 시작된 선구자 정신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뷰티 유산을 구축해 온 설화수는 집요하고 혁신적인 예술가적 기질과 설화수가 걸어온 놀라운 발자취와 과거 유산에 대한 존중 및 재해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설화수는 블랙핑크 ‘로제’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브랜드 캠페인 ‘설화, 다시 피어나다 #SulwhasooRebloom’을 전개하고 있다. 설화수는 지금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정진한 로제의 진취적인 면모가 설화수의 선구자적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정가윤 설화수 마케팅 디비전장은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헤리티지를 계승해 나가고,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이번 캠페인을 접한 고객 모두가 저마다의 꿈을 상기하고 설화수의 의미처럼 만개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설화수는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도 새로운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한층 진화된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설화수는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3월부터 1년간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며, 플래그십 스토어인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다양한 전시로 설화수의 예술적 브랜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리브랜딩 결과도 긍정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녹색경제신문>에 리브랭딩 과정에서 “브랜드 버즈량 두 자릿수 증가와 함께 북촌 설화수의 집 방문고객도 증가하고 있으며,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역시 50% 이상 늘어났고, 지난 4월에는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모델이 브랜드 정체성 결정하던 관행 타파한 ‘헤라’... ‘나만의 아름다움’ 강조


헤라의 대표 엔진 상품인 ‘블랙 쿠션’.[사진=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대표 엔진 상품인 ‘블랙 쿠션’.[사진=아모레퍼시픽]

헤리티지와 예술성을 강조하는 ‘설화수’에 비해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간판 브랜드 ‘헤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정의하는 헤라는 컨템퍼러리 서울 뷰티 브랜드로서 서울의 미(美)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파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가장 최신의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창조해나가는 브랜드로 한국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세계 속에 전파하고자 한다. 또 당당하고 강인한 자아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존재하는 '서울리스타'들이 '나만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서울 뷰티에 대한 헤라의 신념이다.

헤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과거 모두가 아는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선망성을 가지는 동시에 트렌디한 영 럭셔리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더불어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체험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나에게 맞는' 선명하고 입체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브랜드 모델로 브랜드의 정체성이 결정되었던 과거와 다르게 헤라는 다양한 앰버서더 그룹을 설정해 서울리스타의 생활과 문화, 헤라의 철학과 취향을 대변하도록 전략적으로 소통했다.

헤라는 브랜드 런칭 이래 동시대의 가장 당당하고 주체적인 페르소나를 대변하는 모델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9년 초에는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를 신규 모델로 발탁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전 세계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글로벌 앰버서더 제니는 헤라와 함께 동시대 서울 뷰티와 문화를 전파하고,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틀에 박힌 ‘나다움’을 넘어 깨어있는 감각과 섬세한 변주를 통해 더욱 다채로워지는 나다움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제니가 브랜드 페르소나를 대변하고 브랜드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 앰버서더라면, 헤라 '에이 크루(A-Crew)'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취향과 커리어를 개척해 나가는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또한 헤라와 함께 서울 문화와 뷰티를 창조해 나가는 크리에이터 그룹인 '씨 크루(C-Crew), 진정한 브랜드의 팬들이 모여있는 '러버스(Lovers)' 계정 운영 등과 함께 확장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견고히 쌓고 헤라만이 표현할 수 있는 미적 세계관을 뷰티와 문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다.

대표 제품에서도 헤라는 고객중심으로 제품력을 강화해 엔진상품들을 선보였다. 과거 스킨케어 중심의 제품이 고객에게 각인되어 있었다면, ‘블랙 쿠션’ 등 메이크업 속성을 강화한 제품들을 엔진 상품으로 연달아 성공시키며 영 럭셔리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와 2010년대 큰 성과를 뒤로 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리브랜딩’에 성공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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