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 실천 기업으로 돈이 움직인다…재무적 성과 상관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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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I’ 실천 기업으로 돈이 움직인다…재무적 성과 상관성 높아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7.21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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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적연금기금 DEI 투자 개시
5000억엔 규모…"리스크 관리 차원"
韓 비혼지원제도 등 DEI 정책 도입↑
“적응력 높은 조직이 실적도 높아”
[출처=삼성전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돈이 움직이고 있다. 맥킨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따르면 DEI와 기업의 재무적 성과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글로벌 최대 연기금인 일본 GPIF는 지난 3월부터 성평등 지수 투자를 시작했다.

'유리천장 지수' 꼴찌인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LG유플러스, NH투자증권 등이 도입한 비혼지원제도가 이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 사례다.

지난 2020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다양성 상위 25% 기업이 평균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가능성은 하위 그룹보다 21% 더 높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하버드 경영대학원 격월지)는 기업의 DEI 점수가 높을수록 재무적 성과와 직결되는 적응력 점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배경에 글로벌 큰 손인 일본 연기금도 DEI를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 돈 약 1800조원을 굴리는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지난 3월부터 DEI 지수(‘Morningstar Japan ex-REIT Gender Diversity Tilt Index’)에 5000억엔을 할당했다.

지수는 성평등 점수가 높은 도요타, 소니 등 900여 일본 기업에 투자한다. 향후에는 자국 외 기업에 대한 투자로도 DEI 지표 활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야조노 마사타카 이사장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 기업과 전체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별 다양성을 국내외 주식에 대한 패시브 투자 요소로 반영하기로 했다”며 "이번 ESG 포트폴리오 조정은 전체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실행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DEI 테마가 떠오른다. 지난 1월 말 미 자산운용사 캘버트는 미국 대형사 중 '인종·윤리',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DEI 관련 이슈를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캘버트 US 라지캡 DEI  ETF(티커:CDEI)’를 선보였다.

현지시각 20일 기준 포트폴리오에는 애플(15.66%), 마이크로소프트(13.11%), JP모건체이스(2.33%) 등 358개 기업이 포함돼있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2600만 달러이며, 출시 이후 수익률 13.29%를 기록했다.

다만 일반 시장지수 대비 아쉬운 성과다. 동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각 18.59%, 35.39% 증가했다. ‘SPDR MSCI USA 성평등 ETF(티커:SHE)’ 등도 연초 이후 부진한 성적을 거두긴 마찬가지였다.

[출처=신한투자증권]

다만 아직 성과를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의 DEI 정책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YWCA 위먼스 임파워먼트(티커:WOMN)’ ETF 주주들은 작년 미 노퍽서던사에 유급병가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폈고 이를 이룬 적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임팩트쉐어즈 질 오도노반 고문은 “노퍽서던사의 결정은 유급 가족 병가, 유급 병가, 유급 휴가에 중점을 둔 여성과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YWCA의 오랜 옹호 활동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미국 대학의 소수인종 입시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액션’에 대한 연방대법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기업의 DEI 정책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기업의 다양성 프로그램을 둘러싼 법적 분쟁 위험이 커진 만큼 지금보다 소극적으로 관련 활동을 펼 것이란 우려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이슈로부터 거리가 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11년 연속 꼴찌를 기록할 만큼 DEI 부문에서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이러한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LG유플러스, NH투자증권, 롯데백화점 등 전 산업·금융 군에 걸쳐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축하금과 같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비혼 복지제도가 이러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대표 사례다.

글로벌 지사로 관련 정책을 넓힌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지역에서 여성, 장애인, 세대, 인종 등을 주제로 한 30여 개의 ’ERG(Employee Resource Group)’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이슈 만을 담당하는 협의체(D&I Council·미국 인도법인)도 존재한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수석 연구원은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적응력이 높은 회사일수록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적응력이 높다는 것은 사내 문화와 리더십이 우수하여 직원의 업무 참여도가 높아 변화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적응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한 가지 지표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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