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에어컨, CAC 인증 받은 공기청정 기능 강조하지만 현실성 없는 평가 기준 지적...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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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에어컨, CAC 인증 받은 공기청정 기능 강조하지만 현실성 없는 평가 기준 지적...왜?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3.07.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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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협회,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물질들 기준으로 심사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초산은 가정 실내에 흔치 않아”
정작 일상 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일산화탄소의 거름 기능은 돈 안 되니 생략?
[사진=A사 유튜브 캡쳐]
[사진=A사 유튜브 캡쳐]

LG전자의 B2B 대리점인 A사는 “가전의 모든 것을 알리겠다”며 구독자 1만2000여명의 유튜브를 만들어 “에어컨도 공기청정이 된다”며 “굉장히 심사가 까다로운 ‘한국공기청정협회(이하 공청협회)’의 CAC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공청협회의 CAC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로 실내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고 주의해야 하는 유해물질은 일산화탄소지만 한국공기청정협회의 표준은 일산화탄소 정화 능력을 검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청협회는 일상생활에서 발견될 확률이 적은 화합물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청협회의 ‘공기청정 에어컨디셔너 단체품질 인증심사 기준’에 따르면 “악취방지법 시행규칙 별표 1의 ‘지정악취물질’ 중 대표적인 무기물인 암모니아 (NH3), 아세트알데히드(CH3CH0),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45조 제1항의 관리대상 휘발성유기화합물인 초산 (C2H4O2)의 종류 3가지”의 정화능력을 기준으로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초산 모두 일상 생활과는 무관하다는 점 때문이다. 조형진 인하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범한 가정의 실내에서 위 세 가지 화학물이 발견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의 기후변화에너지국(DCCEEW)도 ‘국가 환경 인벤토리’ 문서에서 “내연기관이나 발전소의 연료 연소 부산물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방출된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일산화탄소 거름 기능이 없는 이유는 ‘가격’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조 교수는 “일산화탄소 정화 기술은 존재하지만, 넓은 영역에 퍼진 일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현재 판매되는 공기청정기의 가격대로 만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공기청정기가 있어야만 일산화탄소를 거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 교수는 “가정에서는 잠시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판 중인 공기청정 기능을 가진 제품은 대부분 ‘입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공기청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국환기산업협회 관계자 B씨는 본지에 “공기청정기라면 실내공기 자체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며 “공기 중에는 미세먼지도 유해하지만 ‘휘발성 유해물질(이하 유해물질)’도 포함돼 있다. 시중의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정화에 치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공기청정기의 필터는 ‘거름막’”이라며 “미세먼지는 ‘입자’이기 때문에 걸러진다. 유해물질은 공기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집진식’ 공기청정기는 이온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해물질도 거를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B씨는 “’집진(集塵)’이라는 단어는 ‘먼지를 모은다’라는 뜻”이라며 “전기집진식도 먼지만 거를 뿐 유해물질을 정화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기청정기의 기능을 심사해야 할 공청협회지만 공기청정기 제조사의 대표, 고문 등으로 공청협회의 임원이 구성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재 LG전자 출신의 이감규 고문이 공청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임성택 삼성전자 상무이사는 부회장, 김남조 한국캠브리지필터(헤파필터 등 생산) 대표이사가 부회장, 김정우 이노필텍(필터 제조사) 대표이사가 이사직을 맡는 식이다.

‘공기청정기’로 판매되는 제품보다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의 스탠다드가 낮지만 이 또한 소비자는 알 수 없다. 공기청정기 구매를 알아보던 소비자 C씨는 “CAC 인증을 받았다고 하고, 매체에서도 CAC 인증을 받았으면 충분하다고 말하니 다른 인증과 비교할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공청협회는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에 대해서 CAC 기준, 공기청정기에 대해서는 CA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공청협회에 따르면 공기청정기거 CA 표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톨루엔과 포름알데하이드(HCHO)의 정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에어컨이 공청협회로부터 공기청정 인증을 받으려면 톨루엔과 포름알데하이드 정화 능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공청협회 관계자는 실생활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 세 가지 유해물질이 검사 기준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 “표준을 만들 때 이 세 가지가 많이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원진이 제조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서는 “인증을 위한 심의위원회는 따로 운영되기 때문에 LG전자 고문이 회장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청협회는 제품이 표준에 부합했는지 여부만 공개할 뿐 어느 정도 수치로 통과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에어컨들 중 다수가 CAC 인증을 근거로 ‘공기청정 모드’를 제품 특징에 포함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본사가 마케팅 자료를 인증대리점에 일괄 배포한다”면서도 “영업사원의 자체적인 컨텐츠에 문제가 있다면 본사가 수정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수정의 의무는 대리점이 가진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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