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씨, 기술 대신 콘텐츠로 증명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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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엔씨, 기술 대신 콘텐츠로 증명할 때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3.07.13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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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중 가장 앞선 AI 기술 보유
AI 통한 게임 질적 향상 '의문부호'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가 우리나라 게임사의 AI 기술에 있어서 선봉장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이 기술력이 그저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에 그칠까 우려된다. 

2011년 엔씨소프트는 게임사 중 누구보다 앞서 AI 연구를 시작했다. 10년 여 시간이 흐른 현재, 엔씨소프트는 2개 센터의 AI 연구 조직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 인력 규모는 150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서 엔씨소프트 산하 ‘비전 AI’가 최종 우승을 거두는 등 그 성과를 거뒀다. 챗 GPT 와 비슷한 수준의 자체 개발 언어 모델도 출시 예정이다.

그렇지만 게임 개발사의 본질은 ‘재밌는 게임 제작’에 있다. 오로지 게임 제작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엔씨소프트의 첨단 AI 기술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까 우려된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이미지=세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이미지=세가]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는 잘 빚어진 AI 기술과 게임성이 직결될 수 있다.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갓 오브 워’는 메인 캐릭터와 그를 보조하는 ‘사이드 킥’ 캐릭터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수준 높게 구현된 ‘사이드 킥’ 캐릭터의 AI가 게임의 몰입도를 한 층 끌어올렸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에일리언 : 아이솔레이션’ 에서는 AI 기술이 곧 몰입도의 핵심이었다. 게임 내 주요 적대 오브젝트인 에일리언에는 합리적인 선에서 플레이어의 높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AI가 적용됐다. 이것이 해당 게임을 훌륭한 호러 게임으로 만들었다.

왜 그럴까. 비결은 ‘의외의’ 생동감이다. 우리는 싱글 플레이 게임을 할 때 게임 세계 안의 모든 것이 비인간, 비자연적인 것임을 알 고 있다. 모든 것이 큰 틀 안에서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하고 게임을 플레이한다. 이 때 AI 기술이 게임에 인간적인 면모, 합리적 무규칙성을 불어 넣으면 플레이어의 모든 전제와 기대가 매 순간 깨진다. 여기서 독특한 감흥이 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플레이어와 다른 플레이어 사이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 멀티 게임에서, AI는 그 역할을 하기 힘들다. 이미 인간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 무수한 인간성을 부여한다. AI 기술이 멀티 게임 내에서의 ‘잔재미’는 더할 수 있겠으나, 게임성을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힘들다. 

멀티 게임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AI 기술이 충분히 도움 될 수 있다. 욕설 필터링, 서버 트래픽, 로딩 시간 단축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성은 게임의 재미를 돋보이게 하는 간접적 요소이지,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다. 

결국 멀티 플레이 게임의 재미는 컨텐츠에서 나온다. 양질의 컨텐츠가 기술력보다 앞서야 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올 하반기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자사 게임 콘텐츠의 질적인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엔씨 소프트는 주로 멀티 플레이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추후 현재 운영중인 엔씨 게임에 회사의 기술을 활용한 패치를 적용하더라도, 게임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급했듯이, 기술력은 멀티 플레이 게임의 재미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후 출시 예정인 엔씨 소프트 게임에 그들의 AI 기술력이 활용될 여지가 있을까. 그 또한 의문이다. 엔씨 소프트가 출시를 예고한 게임의 장르에는 ▲난투형 대전 액션(배틀 크러쉬) ▲RTS (프로젝트 G) ▲퍼즐 (퍼즈업) ▲MMORPG (쓰론 앤 리버티) 등이 있다. 난투형 대전 액션과 RTS, MMORPG의 주는 멀티 플레이기 때문에 AI 기술의 개입 여지가 적다. 퍼즐 게임은 이미 사전 설계된 문제 해결을 요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AI 기술력의 도입은 힘들어 보인다.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M. [이미지=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M. [이미지=엔씨소프트]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작품은 ‘프로젝트 M’이다. 이는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를 표방한 싱글 게임이다. 해당 게임의 트레일러를 접한 게이머들은 같은 장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AI 기술을 활용해 생동감 있는 대화를 구현한다면, 충분한 차별점과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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