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신용공여 이자율 ‘0%’ 대신증권, 이자장사 판도 흔들까…역효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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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신용공여 이자율 ‘0%’ 대신증권, 이자장사 판도 흔들까…역효과 우려도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6.1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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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단기 신용융자 이자율 0%
거래비용 낮추고, 장기빚투 차단 효과
다만 신규 수요 키우는 역효과 우려도
[출처=대신증권]<br>
[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이 단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로 파격 인하했다. 고객 거래비용을 낮추고, 장기 빚투(빚내서 투자) 위험을 조기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예탁금 금리 대비 과도한 신용거래 이자를 수취하며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조치로 기존 고객들의 거래비용 감소 혜택이 예측되나 의도와 달리 빚투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자장벽이 낮아진 만큼 신규 신용거래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7일 신용거래융자 1~7일 구간 이자율을 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90일 이상 구간에 대해서는 25bp(1bp=0.01%p) 내린 9.5% 이자율을 적용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연 10%대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수취하며 이자장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13일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개 증권사의 90일 초과 구간 신용공여 평균 이자율(비대면)은 9.1%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곳은 ▲DB금융투자·NH투자증권 9.9% ▲유안타증권 9.85% ▲삼성증권 9.8% ▲유진투자증권 9.7% 등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신용대출 금리는 약 5%로 이를 절반 가까이 밑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조달금리인 금융채 이자가 덩달아 하락한 탓이다.

반면 증권사 신용거래 이자율은 요지부동하며 “한국증권금융에서 3%로 조달하고 대출해줄 때는 최대 9%대를 받는다(금융정의연대)”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KB증권 등이 이자율 인하에 나섰다.

그러면서 90일 초과 구간 이자율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신용거래가 주로 단기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사용되는 만큼 실질적인 수혜 대상이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신증권 고객의 전체 신용거래 이용액 중 1~7일 이내 금액은 약 70%를 차지한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이런 배경에 키움증권은 지난 2월 1~7일 구간 이자율을 기존 7.5%에서 5.4%로 2.1%p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0%로 삭감한 곳은 대신증권이 처음이다. 회사 측이 자금 조달 비용을 전액 감당하는 공격적 마케팅이다.

이자장사라는 악화된 여론을 발판 삼아 리테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최근 5년(2018~2022년)간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은 5%대에 머물러 있다. ▲2020년 5.2% ▲2021년 4.7% ▲2022년 4.5% 등 지난 3년간 하락세를 걷고 있기도 하다.

고객들이 얻는 수혜는 뚜렷하나 장기 빚투를 막는다는 취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회사는 신용거래 기간이 7일을 넘는 순간 부담하는 이자율(8~15일 구간 7.75%)이 높게 체감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장기빚투로 넘어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수요다. 그간 이자율이라는 장벽에 신용거래를 망설였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되레 빚투가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빚투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가 어디 있겠느냐. 단기로 접근했다가 의도치 않게 거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다수”라며 “이자율을 낮추는 게 오히려 가수요를 만들고 장기빚투를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신증권 측은 신용거래 수요가 한정적인 만큼 신규 수요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자율 인하를 보고 신용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분도 계실 수 있다. 다만 신용거래를 안 쓰던 투자자들의 관심이나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측되진 않는다”며 “기존 고객들의 비용절감과 단기 모멘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상시로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까지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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