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판매하는 증권사, 탈석탄 정책 어디에…“기후위험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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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판매하는 증권사, 탈석탄 정책 어디에…“기후위험 무시”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5.0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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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선언 증권사, 한전채 판매 논란
키움증권, 삼척블루파워 나홀로 판촉
환경단체 “기후리스크 측면 관리 필요”
[출처=석탄을넘어서]
[출처=석탄을넘어서]

탈석탄 선언을 한 국내 증권사들이 한국전력공사 채권을 판매하면서 논란이다. 한전은 전체 발전량 중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석탄 발전기업으로 관련 투자를 중단하는 내용의 탈석탄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한국전력의 석탄 발전량은 총 19만3231GWh(기가와트시)로 전체 발전량 중 32.5%를 차지했다.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를 포함할 경우 이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독일 비영리 환경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는 석탄 발전량이 전체 중 20%를 넘는 전력기업을 석탄기업으로 정의한다. 우르게발트는 18개국 40여 환경단체와 함께 매년 글로벌 탈석탄 리스트(GCEL)를 발표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고동현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삼척블루파워와 같이) 한전채에 대해서도 기후리스크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한전채를 제외하면 취급할 수 있는 채권 물량이 제한적이나 이를 적극적으로 판촉하는 행위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 회사채를 장외채권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구) 외환 위기 당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30년 만기로 발행한 비과세 달러표시 채권이다.

장내와 달리 장외채권은 증권사가 직접 채권을 선별 판매하는 방식으로 발행금리보다 낮은 거래금리에 거래된다. 증권사는 두 금리 간 차이를 중간마진(이윤)으로 남긴다. 통상 장내거래 수수료보다 고객 부담이 큰 편이다.

한전채를 장외채권으로 판매하는 또 다른 주요 금융지주(KB·신한·하나·NH) 계열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지난 2020~2021년 그룹사와 함께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4일 기준 키움증권에서 장외채권으로 판매 중인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출처=키움증권]

탈석탄 선언을 한 대형 증권사 중 한전채를 판매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두 곳이다. 두 증권사의 지난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등급은 각 ‘AA’, ‘A’ 등급으로 업계 1, 2위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이들 4개 증권사(신한·KB·NH·미래에셋)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공동 인수 주관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탈석탄 선언 이전에 맺은 총액인수확약(LOC) 계약인만큼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이들 증권사가 기관투자자 수요 부진으로 떠안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물량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개 주관사(미래에셋·NH·한국투자·KB·신한·키움) 중 현재 장외채권으로 삼척블루파워를 판매하는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하다.

키움증권은 타사와 달리 탈석탄 선언을 하지 않았으나 한전채 판매 마케팅에 나서는 등 관련 판촉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 사이에선 초우량채인 한전채 판매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량은 37조2000억원으로 전체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수익률, 안정성 측면에서 개인투자자 수요 또한 견조한 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워낙 발행량이 많기 때문에 한전채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한전채를 찾는 개인 투자자도 많다. 투자자 대부분은 이를 석탄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연구원은 “탈석탄을 선언한 증권사가 한전채를 판매한다는 건 기후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문제로 볼 수 있다. 한전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른 석탄 발전기업”이라며 “증권사 입장이 납득되지 않는 건 아니나 기후 위험을 명시하거나, 판매를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판촉 행위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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