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사용료, 지켜보고 있다”만 수년째....정치 공백에 아무도 웃지 못하는 ISP-CP-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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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망사용료, 지켜보고 있다”만 수년째....정치 공백에 아무도 웃지 못하는 ISP-CP-소비자
  • 조아라 기자
  • 승인 2023.04.12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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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두고 대립하는 ISP와 CP...사회적 기준 부재에 소비자 혼란도
유영상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진=SK브로드밴드]
유영상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진=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가 신작 최초 공개일을 발표하면 그날 관련 부서 직원은 초비상이에요.”

최근에 만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트래픽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더구나 ‘초 히트작’이 공개되는 금요일(신작은 보통 빈지 뷰잉 시청패턴을 고려해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이라도 되면, 혹여라도 있을 ‘통신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부서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CP(해외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올해도 시작됐다. 올해는 재판부도 변경됐지만, 양사는 여전히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다른 CP들에도 이미 망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다른 CP에 비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망 유지보수에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해외 CP 측도 할 말이 있다. 국내 CP와 넷플릭스 등 해외 CP를 일대일로 비교하기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CP는 ISP와 계약을 맺고 트래픽에 따라 매년 수백억 원을 지불한다. 이와 다르게 훨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는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캐시서버를 이용한다.

캐시서버를 이용하면 ISP와 CP 모두 이익되는 측면이 있다. 2계위 네트워크인 국내 ISP는 1계위 네트워크인 해외 통신사에 지불하는 ‘중계접속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해외 CP는 자신의 서버를 두고 경유하는 망 경로가 짧아지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일본 도쿄와 홍콩에 마련된 넷플릭스의 캐시서버(OCA)를 두고 상호접속하는 방식이다. 

이런 접속방식을 두고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를 이용하더라도 최종 이용자 구간의 트래픽 감소 효과는 전혀 없기 때문에 자사의 부담과 비용이 높다는 설명한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 측은 캐시서버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로 발생하는 트래픽을 감소시켜 ISP측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별도의 망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같은 망 사용료 논쟁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새롭게 추가된 ‘망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싸움이다. 

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취재차 ‘망 사용료’ 관련 뉴스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살펴보면 유독 날 서 있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국내 ISP를 비판하며, 대형 CP인 구글이나 넷플릭스를 응원한다는 댓글도 심심찮게 존재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망 사용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망 사용료가 현실화 된다면 구독료 인상과 같이 소비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은 지지부진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데 이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조차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니 지켜보고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정치권의 떨어진 관심 속에서 입법 속도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총 7건으로 일정 규모 이상 CP는 국내 ISP에게 망사용료(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나마 법안 내용조차도 망 사용료와 통신 산업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조건적으로 망 사용료를 강제하거나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말라는 한쪽 편만 드는 입법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방안은 당사자끼리 수반되는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협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경우에서 봤듯이 이미 양측은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나서 사회적 합의의 기준을 마련하고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정치’의 역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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