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공백 리스크 너무 크다”...KT 이사회 ‘늦장인사’, 2008년 이석채 사장 당시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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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공백 리스크 너무 크다”...KT 이사회 ‘늦장인사’, 2008년 이석채 사장 당시 돌아보니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4.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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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사장 선임 당시 절차 중단·정관 변경 등 난항에도 최종 선임까지 6주 걸렸어
-“5개월 직무대행체제 납득 불가...이사회에서 정상경영체제 전환 위해 서둘러야”

KT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예상보다 오래 비워둘 것으로 관측된다. 급하게 직무대행체제로 전환했지만, 경영을 정상화하기까지 앞으로 5개월이 소요된다는 사실에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영도 K-Business 연구포럼 의장(상명대 상명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은 <녹색경제신문>에 “5개월 공백은 너무 길다. 대표이사·사외이사를 뽑기 위해 임시 주총을 2차례 진행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되면 총 10개월 동안 회사에 혼란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비상체제를 빨리 종식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KT 이사회의 늦장인사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는 가운데,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3일 <녹색경제신문>은 2008년~2009년 당시 논란이 됐던 KT 이석채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되돌아봤다.

KT 송파사옥 전경. [사진=KT]
KT 송파사옥 전경. [사진=KT]

◇ 이석채 사장...인선작업 중단, 정관 개정 등에도 최종 선임까지 6주 소요

이석채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당시에도 후보 인선 작업이 중간에 중단되고, 이사회에서 급하게 정관을 개정한 뒤 재공모를 진행하는 등 지금의 KT 사태와 맥락이 비슷하다. 다만, 최종적으로 대표이사 선임을 완료하기까지는 6주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사장의 대표 선임 절차는 2008년 11월 전 대표이사였던 남중수 사장의 구속으로 시작됐다. 당시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남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KT 이사회는 구속 당일 이를 수용하고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해 후임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그동안 서정수 부사장이 사장직무대행직을 맡았으며, 부사장 5인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했다.

후임 사장 공모의 서류접수는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다. 이석채 사장을 포함한 약 11명이 응모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공모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러나 서류접수 마감 후 문제가 발생했다. 경쟁 관계에 있던 회사의 임직원 출신은 회사의 이사가 될 수 없다는 KT의 정관 25조 해석에 논란이 있던 것이다.

이석채 사장은 당시 SK그룹의 SK C&C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인사로, 이외에도 양승택(SK텔레콤 사외이사 출신)·김창곤(LG텔레콤 고문 재직) 후보 등이 해당 조항에 문제가 됐다.

이 문제로 KT 이사회는 열흘간 인선 작업을 중단했으며, 11월 25일 돌연 정관을 개정(주요 사업 분야의 경쟁사와 그 그룹 계열사 임직원도 선임될 수 있도록)한 후 재공모를 결정했다.

재공모는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또 일주일간 진행됐다. 기존 후보 외 추가 지원자까지 약 40명의 후보가 경쟁을 펼쳤으며, 사추위는 12월 9일 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뒤 결국 이석채 사장을 차기 대표 선임 최종 후보로 올렸다. 이사회는 12일 임시 주총 소집을 결의(2009년 1월 14일 주총 개최)했으며 이 사장은 14일 업무인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본격 사장 예정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첫 후임 사장 공모부터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임시 주총 소집 결의까지 약 6주가 소요됐다. 대표이사 변경 공시일까지 계산해도 70일 정도에 불과했다.

이석채 KT 전 사장. [사진=네이버 프로필]
이석채 KT 전 사장. [사진=네이버 프로필]

◇ “비상경영 5개월, 이해할 수 없어...정상경영체제로 빨리 전환해야”

KT는 박종욱 사장에게 대표이사 직무수행직을 맡기고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했으며, 그 산하에 ‘성장지속 TF’과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만들었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먼저,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6월 말 1차 임시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을 확정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꾸리면, 이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정관 변경 작업에 돌입한다.

이후 변경된 정관과 기존 규정에 따라 8월 말 2차 임시 주총을 통해 차기 대표를 최종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KT의 이번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사진=고명훈 기자]

이대로라면, KT가 이번 상황을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개월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9일 KT 이사회에서 처음 차기 CEO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을 때 이후로 도합 10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회사가 혼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한영도 의장은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비상경영 5개월 발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아마도 KT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5개월간의 비상경영을 하겠다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 지배구조는 규정 등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이 결여된 이해관계자의 지배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상경영체제 5개월은 어떠한 이유와 설명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라며, “비상경영체제를 빨리 종료하고 정상경영체제로 가능한 빠르게 전환하는 길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KT 안팎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바임을 박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반드시 유념하고 직무대행업무에 임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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