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장기채 펀드에 몰리는 돈…레버리지 투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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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장기채 펀드에 몰리는 돈…레버리지 투자 늘어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3.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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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기채 3X 레버리지 ETF…국내 순매수 2위
한국투자운용 레버리지 펀드 20일 순매수세
[출처=Unsplash]

금리인하 기대감에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채권 수익률을 2~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인기다. 단기채 대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긴 만큼 금리인하 시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2/6~3/7)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 2위에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배’ ETF가 이름을 올렸다.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로 구성된 기초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순매수액은 1억1631만 달러로 우리 돈 약 15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20년 이상 국고채 수익률을 동일 추종하는 ‘아이쉐어즈 20년 이상 국고채’ ETF 순매수액을 3배가량 웃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 뭉칫돈이 몰린 모습과 대조적이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 2위 종목은 주식지수(나스닥 100)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 QQQ’ ETF였다. 올해 해당 ETF 순매수액은 8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두 계단 내려간 4위에 그친다.

투자자들이 장기채에 몰린 이유는 금리인하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1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 두 차례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25bp(1bp=0.01%p)씩 낮춘 바 있다.

단기채보다 듀레이션이 긴 만큼 금리하락 시 수익률이 더 큰 요인도 존재한다. 7일 기준 최근 5거래일간 '아이쉐어즈 20년 이상 국고채' ETF 수익률은 1.01%로 1~3년 만기채 펀드 수익률을 약 4배 웃돈다. 그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하락 위험도 큰 편이다.

7일 종가 기준 최근 5거래일간 만기별 미 국고채 펀드 수익률 추이. [출처=구글파이낸스]

문제는 금리인상 정점을 여전히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각 7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3월 빅스텝(50bp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직후 미 2년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물, 30년물 금리도 각각 30bp, 17bp 오른 3.98%, 3.88%로 집계됐다.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 이러한 변동성에 더 민감한 점도 고민해야 한다. 7일 기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배’ ETF 수익률은 지난 1달간 11.09% 내린 반면, 최근 3거래일 간 6.43% 올랐다. 한 달 사이 변동폭은 약 20%p에 이른다.

이 같은 배경에도 장기채를 찾는 수요는 강하다. '삼성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1월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7일 기준 최근 1달간 개인이 369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두 달 사이 순자산은 1400억원까지 뛰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레버리지 상품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ETF를 20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누적 순매수액은 65억원이다.

펀드는 미 장기채 선물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순자산은 68억원으로 국내 장기채 레버리지 상품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의 약 3배다. 국내외 상품에 대한 수요 편차가 존재하는 모습이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당분간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를 위해 매파적 언급을 지속할 수 있고,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 하락 속도 역시 더뎌질 수 있다"면서도 "금리 하락 시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의 강점은 오히려 지금부터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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