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도체 소부장 총출동 ‘세미콘 코리아’, 인파 ‘북적’...뒤에선 삼성·SK 칼바람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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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반도체 소부장 총출동 ‘세미콘 코리아’, 인파 ‘북적’...뒤에선 삼성·SK 칼바람에 ‘속앓이’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2.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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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미콘 기간 중 지난해 실적 발표
-“하이닉스 인위적 감산 결정, 삼성도 자연 감산 불가피”
-“사실상 유지·보수만 하겠다는 계획, 장비 기업 타격 커”
-“하반기도 사실상 어려워...국내 비중 높은 회사들 역성장”

2월 1일부터 3일간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SEMICON Korea) 2023’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회는 코엑스 A홀부터 D홀까지 1층과 3층을 아우르는 대규모 이벤트로 진행됐다.

반도체 최악의 혹한기 속 개최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행사는 국내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최신 기술을 보기 위한 인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업체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행사 기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려웠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일정과 겹쳤기 때문이다. 이 두 회사를 최대 고객사로 둔 중견·중소 소부장 업체들은 당장 올해가 걱정이다.

'세미콘 코리아 2023'이 열리는 코엑스 현장. [사진=고명훈 기자]
'세미콘 코리아 2023'이 열리는 코엑스 현장. [사진=고명훈 기자]

3일 <녹색경제신문>이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세미콘 코리아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먼저, 3층 C홀에 자리를 잡은 테스(TES)의 부스를 찾아갔다. 테스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광전자장비 제조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대 고객사로 둔 20년 이상의 베테랑 장비 회사다.

특히, 반도체 소자 생산에 필요한 전공정 장비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며 삼성·SK 등에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테스에 따르면 2021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수주 물량 비중이 7대 3이었다면, 지난해에는 6대 4 비중으로 하이닉스 비중이 더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 감축 발표가 테스에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비중을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SK하이닉스가 올해 전년 투자 규모(약 19조원) 대비 50% 이상 삭감한다면 9억원 정도라는 건데, 인프라나 연구개발(R&B), 값비싼 극자외선(EUV) 장비 등을 제외하면 실상 설비투자는 유지 보수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으며, 현재 전망으로는 전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올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K의 대표적인 장비 협력사 원익IPS도 올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원익IPS 관계자는 “하반기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기준으로는 올해 매출 3분의 1에서 4분의 1사이 떨어진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하이닉스의 경우 당사가 하는 설비 투자쪽은 내년까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 생산량 역시 감산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 또한 자연 감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어서 국내 반도체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전시회에 참가한 한 반도체장비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고객사들은 올해 인위적으로 감산하는 방향을 선택해 집행하는 상황이며, 삼성의 경우에도 인위적인 감산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생산물량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실적 발표에서 올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봤을 때는 올해 정말 많이 힘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특히, 장비사의 경우 되게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론이나 증권가에서 뭔가 긍정요소를 조금이라도 찾아 희망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우리가 봤을 때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한탄했다.

'세미콘 코리아 2023'이 열리는 코엑스 현장. 입구부터 전시장을 찾아온 인파들로 가득하다. [사진=고명훈 기자]
'세미콘 코리아 2023'이 열리는 코엑스 현장. 입구부터 전시장을 찾아온 인파들로 가득하다. [사진=고명훈 기자]

해외 고객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체들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400여곳을 고객사로 둔 반도체 테스트솔루션업체 아이에스시(ISC)는 올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이에스시는 글로벌 반도체 테스트 소켓 선두로 평가되는 부품업체로, 2019년 이후 메모리산업 호황과 함께 고속 성장을 달려왔다. 전체 매출에서 기존 메모리 제품 비중이 높았다면, 비메모리 제품 비중을 보다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번 행사에서도 차세대 D램 DDR5용 테스트 소켓과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용 대규격 패키징 소켓 등을 전면에 내세워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이에스시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산업 전망이 좋지 않아서 올해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목표치로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라며, “국내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올해 역성장할 테고 당사와 같이 해외 물량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그나마 선방은 하겠지만, 최근 2~3년 동안 보여준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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