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행량 12조원…전년 대비 40% 증가
고금리 경쟁에 역마진 우려도…당국 개입 나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충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기존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던 ELS(파생결합증권) 발행이 최근 녹인(Knock in·원금손실 발생구간) 이슈로 위축되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시장에서 새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올해 1~11월 ELB 총 11조9982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3조6786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난 지난 9월 말 이후 두 달간 발행된 ELB는 총 4조2155억원으로 전체 발행량 중 35%를 차지한다. ELS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마저 커지자 ELB 발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ELS 발행량은 2조9689억원으로 전체(1~11월) ELS 발행량 중 11%에 그친다.
두 달간 ELB 발행량을 가장 큰 폭 늘린 증권사는 5949억원 어치를 발행한 현대차증권이다. 전체 발행량 중 절반 넘는 규모를 9월 이후 쏟아냈다. 9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전체 자금조달 실적에서 파생상품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5%(1391억원)로 전년 말 대비 약 두 배 늘어났다.
현대차증권을 뒤따라 같은 기간 대신증권(4924억원), 하나증권(4356억원), 유진투자증권(2769억원), 삼성증권(2760억원)이 ELB 발행량을 키웠다.
전체 기간(1~11월)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1조1845억원), 현대차증권(1조1845억원), 메리츠증권(1조1157억원), 교보증권(1조704억원), 삼성증권(933억원) 등이 발행 상위 5위권을 유지했다.
문제는 ELB 자금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리부담이 높아진 점이다. 키움증권이 오는 8일까지 판매하는 제405회 ELB 금리는 6.7%~6.71%다. 은행 예적금 금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최근 다올투자증권은 연 8%대 금리를 제공하는 ELB 발행 공시를 하기도 했다. ELS와 달리 ELB는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이렇게 ELB 금리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이자비용도 불고 있다. ELB 발행량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파생상품 이자비용은 229억원이다. 전년 동기(24억원) 대비 약 10배 증가한 규모다.
과도한 경쟁에 역마진 우려가 커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이달 초 연 8.25% ELB 판매를 중단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마진 등을 우려한 당국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시장 여건이 안 좋다 보니 혼란을 줄 법한 사소한 행동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