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겪는 증권사, ELB 발행으로 물꼬 틀까…역마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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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겪는 증권사, ELB 발행으로 물꼬 틀까…역마진 우려도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2.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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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ELS 수요 위축에 ELB 발행 늘려
올해 발행량 12조원…전년 대비 40% 증가
고금리 경쟁에 역마진 우려도…당국 개입 나서
[출처=Unsplash]

레고랜드 사태 이후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충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기존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던 ELS(파생결합증권) 발행이 최근 녹인(Knock in·원금손실 발생구간) 이슈로 위축되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시장에서 새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올해 1~11월 ELB 총 11조9982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3조6786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난 지난 9월 말 이후 두 달간 발행된 ELB는 총 4조2155억원으로 전체 발행량 중 35%를 차지한다. ELS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마저 커지자 ELB 발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ELS 발행량은 2조9689억원으로 전체(1~11월) ELS 발행량 중 11%에 그친다.

두 달간 ELB 발행량을 가장 큰 폭 늘린 증권사는 5949억원 어치를 발행한 현대차증권이다. 전체 발행량 중 절반 넘는 규모를 9월 이후 쏟아냈다. 9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전체 자금조달 실적에서 파생상품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5%(1391억원)로 전년 말 대비 약 두 배 늘어났다. 

현대차증권을 뒤따라 같은 기간 대신증권(4924억원), 하나증권(4356억원), 유진투자증권(2769억원), 삼성증권(2760억원)이 ELB 발행량을 키웠다.

전체 기간(1~11월)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1조1845억원), 현대차증권(1조1845억원), 메리츠증권(1조1157억원), 교보증권(1조704억원), 삼성증권(933억원) 등이 발행 상위 5위권을 유지했다.

문제는 ELB 자금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리부담이 높아진 점이다. 키움증권이 오는 8일까지 판매하는 제405회 ELB 금리는 6.7%~6.71%다. 은행 예적금 금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최근 다올투자증권은 연 8%대 금리를 제공하는 ELB 발행 공시를 하기도 했다. ELS와 달리 ELB는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이렇게 ELB 금리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이자비용도 불고 있다. ELB 발행량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파생상품 이자비용은 229억원이다. 전년 동기(24억원) 대비 약 10배 증가한 규모다.

과도한 경쟁에 역마진 우려가 커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이달 초 연 8.25% ELB 판매를 중단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마진 등을 우려한 당국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시장 여건이 안 좋다 보니 혼란을 줄 법한 사소한 행동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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