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 신기루... 유통업계 노사갈등 씨앗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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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 신기루... 유통업계 노사갈등 씨앗됐다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11.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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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배송지회, SSG닷컴 일방적 구조조정 철회해야
SSG닷컴 측 "물류효율화 작업, 배송기사 피해 최소화 위해 협의"

코로나19 수혜로 급성장한 빠른배송 시장이 최근 둔화되면서 유통업계가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나섰다. 투자규모를 줄이고 배송 차량을 감축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수익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해 노사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
[사진출처=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계가 그간 확대해온 당일배송 등 빠른배송 사업을 축소하면서 노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빠른배송 점포와 배송차량 규모가 축소되자 관련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SSG닷컴은 운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운수사가 다시 배송기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빠른배송 사업을 영위해왔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은 최근 당일배송 ‘쓱배송 투나잇’ 가능 점포를 축소하고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상반기부터 당일배송 물량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빠른배송 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SSG닷컴은 쓱배송 투나잇 중단점포를 늘리고 5개 점포(사천, 상주, 보령, 안산TR, 양산TR) 온라인배송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 16일 SSG닷컴 본사 앞에서 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조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배송노동자들이 차량구입비 등 수천만원 손해를 봤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배송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달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한 배송노동자가 올 3월, SSG닷컴에 일하러 들어오면서 1년도 채 일하지 못할 일자리에 4000만원(차량구입미 3500만원, 계약금 500만원)을 써야했고 갑자기 일할 점포가 없어져 이제는 1000만원도 건지지 못할 처지에 처해있다”면서 “이밖에 겨우 6개월 일한 노동자, 은퇴자금을 모두 쏟아부어 일을 시작한 노동자 모두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마트와 SSG닷컴은 지난 기간 계속해서 배송규모를 확대시켰고 차량도 늘려왔지만 매출이 나오지 않자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면서 “올해만 18개 점포에서 온라인배송이 사라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부터 주문량이 적은 지역 배송 권역을 통합하는 물류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당초 일 3000건 이상 당일 배송처리가 가능한 대형 PP센터를 24개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목표치를 반절 이상 축소하기도 한 것. 이 과정에서 이마트 경북 영천점 등 대규모 배송기사 계약해지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SSG닷컴 측은 배송기사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송사와 사전 협의해왔다는 입장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에 “대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성장을 위해 물류효율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PP센터 통합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될 경우 배송기사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최소 2달 전에 운송사와 협의를 통해 운영중단 사실을 알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운송사도 계약을 맺은 배송기사가 다른 배송업무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배송협의체를 운영하며 운송사들과 배송환경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문 롯데온도 배송차량 감축에 나서면서 노조 반발이 거세졌다. 

롯데온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해 온라인 배송 사업을 영위해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계약한 운송업체 배송노동자들이 ‘바로배송’ 등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롯데온은 실적부진이 지속되자 온라인 사업을 축소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운송업체와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00여 대가 넘는 배송 인력이 감축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롯데온의 배송차량 감차 결정을 철회하라며 롯데쇼핑 본사 앞 집회를 단행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당시 노조는 “롯데마트는 매출이 늘자 올해초 배송차량을 늘리더니 실적이 악화되자 곧바로 차량 감축에 들어갔다”며 “을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배송노동자들에게 매출부진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포물류센터를 제외하고 점포 배송차량 718대 가운데 대부분은 배송차를 임대하거나 직접 구매해 배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온 측은 유예기간 연장, 재취업 등 방안을 강구하고 당사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관해 롯데온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 강구했고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1일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커머스업체들과 배송 노조 갈등은 당연한 결과였다”면서 “사실 빠른배송 서비스는 콜드체인 인프라가 필요해서 비약적인 투자가 어렵고 그에 따라 이미 시장을 어느 정도 선점한 업체와 경쟁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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