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뽑는데 왜 수중보를 철거하나?
상태바
시장 뽑는데 왜 수중보를 철거하나?
  • 정우택
  • 승인 2011.09.26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장 선거하는 데 한강 수중보는 왜 철거하나? 많은 사람들이 범야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던지는 의문이다.

한강 수중보가 서울시장 보선의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박 변호사와 일부 시민단체는 수중보를 철거해서 한강에 모래사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의 나경원 의원, 범여권의 이석연 후보는 수중보를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박원순 변호사는 최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보를 없애면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를 설치한 뒤 수질이 나빠졌고 물 흐름을 왜곡해 습지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수중보를 철거한다고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철거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정우택 편집국장
수중보는 한강의 물을 가둬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시멘트 구조물이다. 한강에는 잠실대교와 김포대교에 아래에 수중보가 설치돼 있다. 88올림픽 전에 건설했다. 수중보는 서울시민의 식수와 한강 교각의 안전, 한강의 물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철거한다고 할 사안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박원순 변호사는 보를 철거할 움직임일 보이고 있다. 그는 수중보에 대해 연구하고, 문제점을 찾아 대안으로 철거하겠다고 한 게 아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대책도 없이 무턱대고 철거할 뜻을 비쳤다.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10월 보선이 ‘수중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보를 철거하고 한강물을 뒤집어 놓으려는 진보그룹과 보를 잘 유지해 한강을 지금처럼 유지하려는 보수 세력 간의 싸움이라는 말이다. 수중보가 터질지, 그대로 있을지는 서울시민들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수중보 문제는 단순하게 보 2개를 철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를 철거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다시 말하면 한나라당이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송두리째 폐기 되거나 큰 진통을 겪어야 한다. 한강의 전반적인 이용과 연관되어 있다.

10월 보선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이다. 이 전초전이 수중보 2개로 인해 여당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야당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보가 헐리면 야권에 유리하고, 잘 보존되면 여권이 힘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여야가 수중보를 보는 눈은 180도 다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수중보 철거로 한강의 물 흐름이 바뀌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박 변호사와 환경단체는 수중보를 철거하면 한강의 백사장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중보의 쟁점은 취수와 다리 안전, 백사장, 유람선 운항과 한강 주변 개발 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취수는 가장 민감하다. 서울시는 잠실 보에서 하루 400만t의 물을 취수하고 있다. 하지만 보가 철거되면 겨울철 취수가 어렵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보를 팔당 쪽으로 옮기면 된다는 입장이다.

보의 철거는 한강의 물 흐름을 빠르게 해 교량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나라당은 보가 없어지면 물 흐름이 빨라져 한강 다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 다리는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포대교 아래 보가 철거되면 바닷물이 한강으로 밀려와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를 없애면 백사장이 되살아난다고 주장한다. 한강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 수중보 싸움은 보선이 끝날 때 까지 계속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4월의 총선, 12월의 대선까지 싸움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한강을 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보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대통령 후보도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한강 수중보는 25년 동안 역할을 해왔다. 이런 보를 박 변호사 한 사람의 생각으로 철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박 변호사 혼자서 서울을 확 바꿀 수는 없다. 그럴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또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으로 곽노현 교육감과 오세훈 시장이 죽기 살기의 싸움을 벌이고, 결국에는 두 사람이 다 지옥으로 떨어졌다. 이긴 사람은 없고 진 사람만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불을 당긴 수중보 문제도 파괴력인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박 변호사는 멀쩡하게 잘 있는 수중보를 철거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서울의 교통문제, 전월세 문제 등 서민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중보를 터뜨려 인기를 얻으려 하지 말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깨라도 한 번 더 만져주어야 할 것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cwtgreen@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