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오픈마켓들, 전자담배용 고방전 배터리 '불법 유도' 판매...보호회로 제거 유도 "위법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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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 오픈마켓들, 전자담배용 고방전 배터리 '불법 유도' 판매...보호회로 제거 유도 "위법에 가까워"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2.08.0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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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담배, 보호회로 제거한 18650 배터리 이용 가능
- 제품 상세페이지에 '보호회로를 제거해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버젓이 명시
- 삼성SDI, 홈페이지에 "삼성 SDI의 RLIBC는 전자담배기기용으로 설계 또는 제조되지 않았음" 명시

전자담배의 배터리 폭발로 소송에 휘말렸던 삼성SDI가 배터리 소송 리스크는 해소했지만 여전히 보호회로를 제거한 고방전 배터리가 전자담배에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담배 등에 주로 사용되는 고방전 리튬배터리는 보호회로를 제거했을 경우 폭발의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방전 배터리에서 보호회로를 제거한 배터리는 통상 비보호 배터리라고 통용된다.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전자담배 일부에는 18650·20700·21700과 같은 다양한 규격의 원통형 고방전 배터리가 들어간다.

문제는 전자담배에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선 해당 배터리를 싸고 있는 보호회로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동드릴이나 전자담배 등 고출력을 요하는 전자기기에는 비보호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호회로를 제거한 비보호 배터리의 위험성 때문에 시중에서는 비보호 배터리를 구입할 수 없다. 정부는 비보호 배터리의 판매를 법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제 19조에 따르면 안전확인 대상제품의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 및 대여업자는 안전확인표시 등이 없는 안전확인 대상제품을 판매·대여하거나 판매·대여할 목적으로 수입·진열 또는 보관할 수 없다. 위반시에는 4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제 19조에 따르면 안전확인 대상제품의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 및 대여업자는 안전확인표시 등이 없는 안전확인 대상제품을 판매·대여하거나 판매·대여할 목적으로 수입·진열 또는 보관할 수 없다. 위반시에는 4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비보호 배터리의 판로가 막히자 배터리 판매업자들은 보호회로를 벗기지 않고 판매하면서, 개인이 직접 벗기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전자담배용 삼성SDI 배터리를 유통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시중에 비보호 배터리를 판매할 수는 없지만 보호 배터리는 판매한다. 회로만 벗기면 비보호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다"라며 "회로를 벗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세페이지에 대부분 개인이 보호회로를 벗기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벗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 판매중인 삼성SDI 배터리 상세페이지에는 보호회로를 벗기는 법도 함께 올라와 있다. [사진=쿠팡 제품 상세페이지 캡처] 

실제로 쿠팡·11번가·지마켓과 같은 국내 유수 오픈마켓에서 비보호 배터리를 찾아보면 보호회로를 제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고스란히 게시돼 있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쿠팡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았다. 해당 제품을 확인한 쿠팡 고객센터 직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제품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호회로를 제거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들어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판매자에게 수정 요청을 지시하겠다. 위법은 아니지만 위법에 가까워 보인다"고 답했다. 

해당 판매자 외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판매자가 있음을 인지한 쿠팡 고객센터 직원은 "전체적으로 점검 후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삼성SDI 고방전 배터리 상세페이지에는 보호회로를 제거 후 사용하라는 안내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쿠팡 제품 상세페이지 캡처]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비보호 배터리 판매는 왜 불법일까.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18650과 같은 대용량의 리튬배터리는 상당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가 전자담배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담배의 폭발사고로 소송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았다.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담배 주의사항'을 포함한 배터리 관련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SDI 배터리는) 워낙 전자담배와 관련한 오용이 많다. 그런데 삼성이 배터리를 소비자에게 직접 납품하는 구조는 아니다 보니 소비자에게 '전자담배에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안내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서 (홈페이지에) 개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홈페이지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전,사용,취급에 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홈페이지]

그는 "(삼성SDI는) 판매를 안했는데 이벤트가 발생해서 확인해보니 삼성SDI 제품이라고 결론이 내려지면 결과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리튬배터리는 니켈 카드뮴 이런 배터리에 비해서 에너지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활용도도 높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안전하게 잘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홈페이지에는 "삼성 SDI의 RLIBC는 그 어떠한 전자담배기기용으로도 설계 또는 제조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LG엔솔 관계자는 "전자담배에는 임베디드 형태(배터리 일체형)로 공급하고 있다. 소비자분들이 피해를 최대한 적게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가이드 제공하는 것 등을 통해) 캠페인을 하는 등 책임감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담배 제품 관련 안전경고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홈페이지에 배터리의 충전이나 사용·보관·금지사항 및 전자담배 관련 경고 등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왜 전자담배 업체는 비보호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할까.

이는 전자담배가 요구하는 출력 때문이다. 전자담배를 작동하는 데에는 상당한 고출력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전자담배 종류에 따라 임베디드 형태도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이 고가다 보니 배터리 교체형 전자담배 수요가 높은 편이다.

전자담배를 유통하는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보호회로를 제거하면) 안전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제거하고 사용하지 말라는 거고, 근데 전자담배는 비보호 전지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폭발했을 때 (보호회로를 벗긴) 소비자의 과실이라는 쪽으로 몰고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튬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전자담배처럼 사람의 몸에 가까이 두는 전자기기에 대해선 안전 기준이 더욱 높아야 한다. 정부가 인증 기준을 세부적으로 세우고 수입 기기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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