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오는 여름, 탄소배출권 가격 오르나…“석탄수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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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안 오는 여름, 탄소배출권 가격 오르나…“석탄수요 불가피”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6.17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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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40도’ 넘는 폭염…전력수요 증가
기록적 가뭄에 수력발전량 급감…화력 대체
경기침체 우려 등에 하방요인 남아
[출처=Unsplash]

이상기후 영향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폭염에 전력수요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비까지 적게 내리며 ‘친환경’ 수력발전이 줄고 ‘기후악당’ 석탄발전이 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늘면 배출권 가격은 오른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가격 하방요인이 변수다.

SK증권 박기현 연구원은 “캘리포니아 배출권 가격은 후버댐 수위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가뭄의 영향으로 가격이 이미 상당폭 올랐다”며 “국내는 수력발전 비중이 미미하고 유럽은 최근 정책영향을 크게 받는 등 지역마다 편차는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기록적 폭염·가뭄에…미 캘리포니아, 수력 발전량 전년대비 반토막 예측


후버 댐. [출처=Unsplash]

이상기후로 날이 더워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달 들어 섭씨 40도가 넘는 기록적 폭염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날씨에 전력소비량도 는다. 미국 서부 텍사스 주는 12일 일일 전력사용량(74.9Gwh)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강수량은 줄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는 120년 만의 가뭄에 급수 제한조치를 내렸다. 벨기에는 지난 3~5월 50년 만에 가장 낮은 강수량을 기록했고 한국도 지난 달 전년대비 20분의 1 적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한 물부족에 수력발전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미 서부지역 최대 인공호수 미드 호는 1930년 이후 최저 수위를 기록 중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 여름(6~9월) 캘리포니아 수력발전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기준 수력발전은 유럽연합(EU) 국가 전체 발전량 중 13%, 미국 7%, 한국 1%를 차지한다.

수력 발전공백은 화력발전이 대체할 전망이다. EIA는 가뭄 영향으로 캘리포니아주 가스발전이 전년대비 1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는 이미 이러한 변화가 포착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수력발전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지만 석탄, 천연가스 등 기력발전은 4.4% 늘었다.


화력발전 증가에 탄소배출권 다시 반등할까…경기침체 하방 여전


유럽 탄소배출권가격 추이. [출처=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러한 추세에 올 여름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력발전이 탄소집약도가 높은 화력으로 대체되며 전체적인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탄소배출량과 함께 움직인다.

2018년 스탠포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1~2015년 미 서부 11개 주에서 가뭄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1억톤이 추가 방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아 디퍼보 교수는 “가뭄으로 천연가스 또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수력발전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가동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수력발전 비중이 미국보다 높은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더 큰 가격변동성에 노출돼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소집약도가 비교적 낮은 천연가스 확보마저 여의치 않다. EU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석탄수요가 향후 5~10년간 5%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박기현 연구원은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해 여름 유럽 날씨가 평년대비 덥고 건조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냉방 수요 확대와 수력발전 부진으로 이어져 화력발전 수요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날씨 전망은 EUA(탄소배출권) 가격에 있어 큰 호재”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는 태양광이 이렇게 줄어든 수력발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다른 친환경 에너지보다 설치기간이 짧아 단기수요에 대응하기 유리하다. 또 온도가 높아지고 비가 적게 올수록 발전효율이 더 높아진다. 블룸버그NEF는 기록적 폭염을 겪는 스페인 태양광 발전 용량이 올해 27% 증가하고 10년 말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하방변수는 경기침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5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고 이에 발맞춰 유럽중앙은행(ECB)도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경제 생산활동이 둔화되면 배출권 수요도 덩달아 준다.

박 연구원은 “다수의 강세 요인이 있으나 미 연준에 이어 ECB까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정책에 나섰다는 점은 부담이다”라며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될 경우 EUA 가격 역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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