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현대엔지니어링, IPO 위한 ESG 아닌 진정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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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현대엔지니어링, IPO 위한 ESG 아닌 진정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2.1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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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5일 코스피(KOSPI) 상장에 앞두고 각종 ESG정책과 전략을 쏟아냈다. 이전의 글로벌 EPC 프로젝트 및 주택 건설 사업으로 성장해온 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현대건설의 기술사업부가 분사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여전히 현대건설(38.62%)이다. 2대주주(11.72%)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지분(4.68%) 등을 합치면 85%를 넘는 지배구조를 가진 알짜 기업이다. 

공모 예상 금액은 1조원 규모였는데, 코스피 지수가 회복되는대로 공모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공모를 계기로 대략 여섯가지의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사업 계획을 내놨다. 

▲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방점 찍은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신사업 강화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업공개와 관련해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 자체 전력 생산사업을, 친환경 분야에서는 CO2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직접 플랜트를 운영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고 향후 증가할 수소충전소, LNG 혼소 발전 및 연료전지발전 등에 공급하고,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과 기술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플라스틱을 액체로 전환시키는 용융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신청했고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원료인 폐플라스틱의 장기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낮은 원료가격으로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플라스틱 활용 수소 생산 플랜트의 설계는 작년에 시작했으며, 생산 설비 운전은 2024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암모니아의 활용 수소 생산 사업은 운송과 저장의 용이성으로 주목받는 기술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소충전소나 산업용 수소 플랜트를 위한 암모니아 수소 전환 설비의 설치와 운영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건설에 나서 2024년부터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초소형원자료(MMR)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USNC와 협업해왔다. 최근에는 USNC에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MMR 사업에 대한 EPC 독점권을 확보했다. 현재 양사는 캐나다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플랜트 운영을 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자체 전력생산을 위한 LNG 및 신재생 발전소 운영과 발전소 EPC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높은 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산업 플랜트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고순도 수소나 전기, 고부가가치의 탄산염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술력도 확보했다. 올해 사업의 표준화 및 상업화에 노력을 기울여 현대제철의 플랜트와 수소 생산 플랜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소각장 및 매립장 투자 및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소각장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쓰레기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하지 않는 산업 특성으로 향후 높은 사업 이익률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친환경사업은 대부분 계획이고,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칫 기업공개를 위한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보다 진정성있고, 지속가능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한다면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블루수소 사업 개념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IPO통해 사회적책임 리스크 회피 의도도 보여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공개를 통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여러 산업분야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건설업종에서 85%에 이르는 지분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정의선 회장의 그룹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꾀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사회적책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공개 이후라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책임지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해 투명한 지배구조 갖춰야

지난달 19일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단 점수 기준으로 글로벌 건설업체 중 5위, 국내 대형건설업체 현대건설에 이어 2위로 평가받았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2위 기업집단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기업은 현대모비스다. 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의 16.53%를 가졌고, 현대차는 기아의 지분을 33.88% 가졌다. 기아는 모비스 지분을 17.33% 소유한 최대주주다. 

그런데, 정의선 회장은 모비스 지분을 0.32% 밖에 갖지 못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7.15%를 증여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약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만일 당초 기업공개가 목표대로 진행됐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약 6조5000억원으로 정 회장의 지분(11.72%)은 약 7000억원대에 이르고 현금화도 가능하다. 

일단 정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건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복잡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주요기업 중 현대글로비스는 거의 유일하게 정 회장이 23.2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 현금을 마련해 정 회장이 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후 글로비스를 활용해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묘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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