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이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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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알이백이요?”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2.07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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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백(RE100) 논란 뒤에는
거대 양당의 빈약한 친환경 비전
연금개혁처럼 빗겨갈 수 없는 문제
2022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 기자회견 중. [출처=기후솔루션]
2022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 기자회견 중. [출처=기후솔루션]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던 첫 번째 대선토론이 지난 주 열렸다. 토론이 끝난 자리에는 뜻밖에 친환경 에너지 100%를 뜻하는 용어인 '알이백(RE100)'이 화제가 됐다.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의 토론내용에서 비롯됐다.

이 후보: 알이백(RE100)은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윤 후보: 알이백이 뭐죠?

토론이 끝나자 각 당은 해당 질의를 두고 지지부진한 난타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대선후보가 그것도 모르냐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대선토론이 장학퀴즈냐고 맞받아쳤다. 국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이 두 입장으로 나눠졌다.

이 모습을 보니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당 경선토론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에 화제가 됐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토론에서 원 후보는 홍 후보에게 "탄소세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달라"고 물었고 홍 후보는 "질문이 야비하다"고 원 후보를 비판했다. 이후 두 후보는 알이백 논란과 같은 구도로 한참을 맞부딪쳤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없는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거대양당의 텅 빈 친환경 정책이 있다.

윤 후보는 알이백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았는데 이는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RE100으로 큰 압박을 받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고려하지 못한 다소 가벼운 답변으로 느껴진다.

국내외 대기업들은 RE100 등을 이루기 위해 공급망 업체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절반이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거래정지에 이를 수 있다고 답할만큼 압박이 크다.

그렇다고 이 질문을 던진 이재명 후보에게 알이백 관련 공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이 후보의 예상답변은 '탄소세를 부과해 RE100을 유도하고 기업 경쟁력을 기른다'는 구상 정도로 예측된다.

나름의 비전은 있으나 구체성이 떨어진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탄소중립 관련 비전을 발표한 바 있으나 비전이 해당 지점에 멈춰있다. 계획없는 가벼운 구호 뿐이라는 느낌이 크다.

윤 후보는 표가 되는 원자력 발전을 제외하고는 친환경 공약이 전무하다. 이마저도 반(反)문재인 프레임이 덧씌워진 정책이다. 제1야당은 최근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기업반발에 눈치라도 보는 것일까.

[출처=정의당]

이렇게 친환경 문제를 피해가는 모습은 연금개혁 문제를 빗겨가는 모습과 닮기도 했다. 둘 다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의 문제라는 점에서 같다. 자세히 보면 먼 미래도 아니다.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세 도입과, 미국의 기후환경 규제(미정) 등이 기다리고 있다.

거대양당이 머뭇거리는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 건 제 3당 후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그린노믹스라는 경제 비전을 밝혔다. 5대 녹색산업 분야와 3대 혁신 전략으로 이루어진 공약은 구체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친환경에 대해 다소 흐릿한 정책(NDC 하향조정 등)을 내놓았지만 연금문제에서 여타 후보들보다 뚜렷한 공약을 냈다. 달콤한 정책만으로 유권자들을 구슬리는 거대양당과는 다른 행보다.

알이백 탄소세 등 친환경 이슈가 의도치 않게 화제가 된 만큼 거대양당이 이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대선 이후 주요 국정과제로 이어가길 바란다.

기후문제는 미래다. 환경 문제를 직면할 미래세대가 당장 유권자가 아니라고 간과하기엔 너무나 큰 도박행위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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