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우유가격의 운명은?”… 우윳값 통제하려는 ‘정부’ vs 납유 거부한다는 ‘낙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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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우유가격의 운명은?”… 우윳값 통제하려는 ‘정부’ vs 납유 거부한다는 ‘낙농가’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1.2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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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8일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여부 결정
한국낙농육우협회, 납유거부 등 집단 반발

우윳값 통제권을 둘러싼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28일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낙농가 단체는 납유 거부로 맞받아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왜 낙농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을 단행하려 할까? <녹색경제신문>이 우윳값을 둘러싼 정부와 낙농가 입장을 진단해본다.

낙농진흥회 공공기관화 앞둔 27일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용준 기자]
낙농진흥회 공공기관화 지정 여부 결정을 앞둔 27일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용준 기자]

정부는 왜 낙농진흥회를 주목하는가?

문제의 발단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원유가격 연동제’를 골자로 원유가격결정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낙농가 보호를 위해 원유 생산비 증감에 맞춰 우윳값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원유가격 연동제는 유업체의 원유구매량을 규정하는 쿼터제와 함께 운영되면서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다만 수요와 상관없이 젖소 관리가 필요한 원유산업 특성상 정부는 시장상황에 적극 개입하길 피했다. 하지만 오는 2026년부터 수입유제품 반입 본격화가 예정된 가운데 정부는 유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원유가격결정체계 개편을 단행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원유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대부분이 생산자단체라는 점이다. 생산자 측이 수적우세를 활용해 이사회 실무협의 자체를 불참하면서 농식품부의 가격결정체계 개편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의 통제력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으로 개편되면 정부는 인사와 경영평가, 예산 선정 권한이 생겨 사실상 생산자단체의 권한은 축소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현재로써 지정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공공기관운영법상 정부 지원금액이 수입액의 절반을 넘는 민간단체는 공공기관 지정이 가능하다. 현재 정부지원액이 90%대에 육박한 낙농진흥회의 공공기관 지정은 현행법상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낙농가, 낙농진흥회 공공기관화는 '직권남용'

낙농진흥회 공공기관화 논쟁이 커지자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집단반발에 나섰다. 낙농진흥회는 낙농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인 만큼 정부의 공공기관선정은 낙농진흥법을 부정하는 직권남용이란 입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납유거부와 더불어 정부와 유업체 상대 소송도 검토하기로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지금까지는 정부의 공격에 방어만 했지만 이제는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다”며 “정부안이 전면 수정돼 낙농제도가 낙농가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가는 꾸준히 농식품부의 원유가격결정체계 개편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현재 유업체 주도로 결정되는 쿼터와 집유체계를 유지한 채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가격결정권이 유업체에게 편중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한 낙농업계 관계자는 27일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입장은 공감한다”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식량보호주의가 만연한데 낙농가 안전망 없이 수입과 시장 의존도만 높이는 방식은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공공기관화 논쟁에 관해 “정권의 당위성을 위해 유업체 배만 불리는 근시안적인 처사”라며 “연동제나 쿼터제 개선에는 공감하나 낙농가의 생산비 절감대책과 함께 유통체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도 점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유업체는 전면적인 수입유제품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국산 유제품의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인구감소와 더불어 우유소비가 감소한 만큼 쿼터제 조정을 통해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출 때라는 지적이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현행 쿼터제 개선을 통해 원유 구입 부담을 줄이고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낙농가와 정부, 업계간 긴밀한 협조가 없다면 국제시장에서 국산 유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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