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설 명절 연휴 기간 중 유럽 출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이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 2022'를 마친 후 곧바로 유럽으로 향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설 연휴를 맞아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미뤄진 것도 관측 배경"이라고 전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이번 주말에서 다음달 초 출국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관한 재판에 출석해왔지만, 설 연휴 직후인 2월 3일 재판이 하루 쉬면서 14일 가량 여유가 생겼다.

지난 연말에도 유럽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지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해지면서 출장을 보류했다는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유럽 출장길에 오를 경우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성장동력을 집중적으로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이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 증설에 나서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은 초미세공정 핵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 등 주요 파트너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를 좁히기 위해 EUV 장비가 중요하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는 물론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10월 유럽 출장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협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100조원 이상의 현금 보유량을 활용한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의 M&A 대상으로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거론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최대 이슈인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한종희 대표이사가 CES 직후 곧장 유럽으로 향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종희 대표는 마이크로 LED 등을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 추가 투자가 예상되는 폴란드 브롱키 공장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종희 대표는 CES 현장에서 슬로바키아 공장 증설 이슈를 언급한 바 있고 삼성전자가 폴란드 브롱키 공장 증설을 위해 6억7320만 즈워티(한화 약 199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소식도 나왔다"며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중국 출장 가능성도 나오지만 유럽행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