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떠오르는 '탈(脫)성장론'…"멈추든가 망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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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떠오르는 '탈(脫)성장론'…"멈추든가 망하든가"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2.09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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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기후위기에 탈성장론 대두…"에너지·자원 과잉소비"
-반대 측, "GDP-온실가스 배출량 디커플링 이뤄져"
[출처=픽사베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답일까. 급격한 기후위기로 인해 녹색성장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탈성장론이다.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는 이들과 기존 담론 사이에 날 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이 커지며 탈성장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 유한한 지구자원, 지속 가능한 성장은 '넌센스'

국내에는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로 잘 알려진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탈성장을 "불평등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균형잡힌 경제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 및 자원사용의 계획적 감소"로 정의한다.

그는 대표적인 탈성장론자로 녹색성장을 비판하는 핵심논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의 한계를 꼬집는다.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경제성장률과 온실가스 배출량 사이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속도가 턱없이 느리다는 것.

그는 "여러 반박논거들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제시스템이 우리가 원하는 개발결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붕괴를 역전시킬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은 비합리적" 이라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과잉된 자원과 에너지 이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경제성장이 물질자원 사용과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지구가 유한한 자원을 가진 만큼 무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탈성장은 모든 부문의 축소가 아닌 단지 불필요하고 파괴적인 것들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탈성장의 목표는 생태학적으로 파괴적이고 사회적으로 덜 필요한 생산을 축소하는 동시에 인간을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 부문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구자원, '효율적'으로 쓴다면 지속가능…기후위기에는 동감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전 블룸버그 칼럼리스트 노아 스미스는 한 칼럼에서 "성장이란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며 탈성장론에 반박했다.

2005~2019년간 총 32개 국가에서 나타난 GDP성장률(빨간색)과 영토 배출량(파란색) 간 디커플링. [출처=브레이크쓰루]

나아가 그는 GDP 성장률과 온실가스 배출량 사이의 디커플링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환경연구단체 브레이크쓰루(breakthrough)에 따르면 2005년부터 총 32개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통과해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는 과거와 달리 현재 선진국들은 경제성장률이 물질자원에 의존하는 변곡점을 지났고 글로벌 경제가 순환경제를 구축할 경우 유한한 지구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연구자료 등을 인용하며 현재 GDP와 온실가스 배출량 간의 디커플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기후상승이 지속 불가능한 궤도 위에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그는 탈성장이 아닌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탈성장은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고 녹색성장은 필요한만큼 빨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전 세계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바로 강제된 녹색성장(forced green growth)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탈성장 담론을 경제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어젠다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조혜경 연구원은 '탈성장의 이론적 기초'에서 "탈성장은 1970년대 이래 정치사회적 어젠다로 등장한 생태주의가 21세기 버전의 새로운 이름으로 재현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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