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많던 'ESG 채권' 다 어디에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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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 많던 'ESG 채권' 다 어디에 썼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2.0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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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채권 발행 전년 대비 2배 증가
-전년 발행사 약 50% 사후보고서 미제출
-거래소·투자자, 미제출 기업 패널티 필요
[출처=픽사베이]

국내기업의 ESG 채권 발행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말 국내 ESG 채권(녹색·사회적·지속가능채권) 누적 발행량은 약 150조원, 전년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ESG 채권은 발행자금을 모두 친환경, 저탄소 등 ESG 관련 프로젝트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자금의 사용처가 제한된 만큼 발행사는 연 1회 이상 자금 사용 현황과 그로 인한 환경, 사회적 영향을 보고해야 한다.

비록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ESG 채권 프레임워크(발행원칙)에 따라 모든 발행사는 사후보고서 발행을 자발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또 한국거래소는 거래소에 ESG 채권을 등록하기 위해 발행사에게 사후공시에 대한 약정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한국거래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ESG 채권 351개 중 사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종목은 총 50개(15%)로 집계됐다. 전체 23개 발행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10곳이 발행 후 1년이 지나도록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채권별로 볼 때 녹색채권은 단 1개의 기업(TSK코퍼레이션)만이 보고서를 미제출하며 비교적 잘 준수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사회적, 지속가능채권의 사후공시율은 모두 저조했다. 특히 공공업무를 맡는 탓에 사회적, 지속가능채권을 자주 발행하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장학재단과 같은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미제출율이 유독 높았다.

문제는 사후보고서를 미제출한 기업들이 최근까지도 활발히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난해 발행한 채권자금을 모두 소모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후공시는 무소식이다. 또 일부는 사후공시 권고기간(1년)을 넘기고도 신규채권을 발행했지만 거래소의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열심히 공시의무를 다한 기업들만 맥이 빠지게 된 것이다.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 등록 약정서[출처=한국거래소][출처=한국거래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1년 이상 사후보고를 하지 않은 기업에게 향후 미등록 조치 등의 패널티를 강력히 부과해야 한다.

또 주로 연기금 등의 기관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내 ESG 채권비중을 늘린만큼 이들에 대한 사후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체 검증 이후 1년간 사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의 채권은 필요에 따라 처분하거나 향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투자정책을 고려해 볼 법하다.

왜. 오직 '신뢰' 때문이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로 인해 침몰하는 지구에 대한, 미래세대에 대한 자본의 응답이 바로 ESG다. 현세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자본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그린워싱'이다. 그린워싱은 ESG를 하나의 단기적 트렌드로 만들고, 지구환경을 최악으로 몰고갈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일이다.

다행히도 사후보고서를 제출하는 국내기업이 절대다수이며 이제 사후공시 제3자 검증, 표준화와 같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하나된 노력에 찬물을 붙는 기업은 결코 없어야 한다. 불투명한 ESG 채권 100개보다 투명한 ESG 채권 1개가 더 낫다는 마음으로 ESG라는 트렌드를 미래세대까지 전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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