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는] 영국과 EU가 IT혁신을 대하는 엇갈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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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외는] 영국과 EU가 IT혁신을 대하는 엇갈린 자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1.10.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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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 선두 아마존, 정부 협력 업체냐 디지털생태계 독식자냐?
- 2030년까지 세계 클라우드 시장 성장규모 10배 전망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단행 즉, 유럽연합(EU)을 탈퇴한지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영국과 EU가 각각 ‘빅테크’가 불러온 IT혁신에 대처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아마존 웹 서비스. Corutesy: Amazon.com
아마존 웹 서비스는 현재 세계 1위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저장 및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업체다. Corutesy: Amazon.com

10월 25일 월요일, 영국의 첩보 기관들이 아마존과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英 정부 통신 본부(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 이하 GCHQ)는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 이하 AWS)가 호스팅하는 기밀 자료를 제공받아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기반 안면인식 사용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약 체결을 통해서 앞으로 GCHQ, MI5(英 국내정보국, The Security Service) 및 MI6(英 해외정보국, Secret Intelligence Service)는 英 국방부 등 정부 부처들과의 합동 작전에 사용될 자료를 아마존(AMZN.O, AWS)이 제공하는 고보안급 클라우드 시스템으로부터 조달받게 되며, 영국 첩보 및 국방 기관들이 사용한 데이터는 영국에 보관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국가 차원의 첩보 기관들과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제공업체 간의 협약인 만큼 GCHQ와 AWS 측 모두 양자간에 오간 세부적인 사업 관계에 관한 추가 설명은 함구했다. 이 협약의 체결로 향후 10년 동안 영국은 아마존에 영화 5억~10억 파운드(우리돈 약 8천억~1조 6천억 원)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英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추측했다.

영국 사이버 첩보 및 도청 기관인 GCHQ가 빅데이터 기반 AI 기술을 첩보활동에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은 이미 올 초 2월에 발표된 바 있다.

또 최근 제레미 플레밍(Jeremy Fleming) GCHQ 본부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영국에서 랜섬웨어 공격 사례가 두 배로 급증했다고 보고하고, 또한 향후 허위정보 유포와 아동학대자 포섭을 위해 글로벌 데이터와 AI 기술 응용을 현재보다 더 확대할 것이라는 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자료 출처: Statista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점유율.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총 1350억 달러(우리돈 약 158조 원) 규모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유하고 있다(2021년 1분기 기준). 자료 출처: Statista

한편 이튿날인 26일 화요일, 영국 해협 건너편 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 유럽 집행위원회는 반독점 규제(Antitrust) 집행위원회의 규제안 초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제까지의 디지털 시장법 (Digital Markets Act)’을 지금보다 강화할 가능성을 검토중에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프랑스 경제학자 겸 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인 프레데릭 제니(Frédéric Jenny)가 CISPE(유럽 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제공업체 목소리를 대변하는 연합회) 대표작 자격으로 연구와 집필을 총지휘하고 발표했다.

제니 의장은 마그레테 베스타거(Margrethe Vestager) 위원장이 책임자로 있는 EU 반독점 규제 집행위원회가 그동안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디지털 테크기업들에 대한 시장 독점 규제 정책은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에 너무 느슨하고 관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등 굴지의 클라우스 서비스 제공업체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 규제를 촉구하는 한편, 아마존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훨씬 낮은 구글 클라우드, IBM 클라우드, 세일즈포스( Salesforce) 등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업체로 구분돼 DMA의 클라우드 규제망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IT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료 출처: Statista
미국 IT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료 출처: Statista

무엇보다도 CISPE는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빌미로 한 소프트웨어 배포로 유럽 시장 클라우드 섹터가 정복 당할 것을 우려한다. 미국 및 중국의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부당한 요금제를 강요하거나 서비스 제공업체 변경을 가로막거나 또는 클라우스 서비스에 소프트웨어 제품을 번들로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유사 경쟁업체들을 따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CISPE의 입장을 피력한 『폴리티코』 유럽판 2021년 10월 26일자 기사에 따르면, 프레데릭 제니의 보고서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 오러클, SAP 등 소프트웨어 업계 내 유명 기업들이 부당한 소프트웨어 라이센싱 관행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동종업계 경쟁업체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썼다.

오는 2023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는 현재의 약 10배에 이를 전망인 만큼 클라우드 인프라 및 플랫폼 비즈니스는 촉망받는다. 자료 출처: Statista
오는 2023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모는 현재의 약 10배에 이를 전망인 만큼 클라우드 인프라 및 플랫폼 비즈니스는 촉망받는다. 자료 출처: Statista

올해 2분기 기준, 유럽 시장 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구글 클라우드, IBM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 세일스포스(Salesforce), 오러클(Oracle)이 그 뒤를 잇고 있다(자료: Statista). 

EU 반독점 규제위원회 의원들이 유럽 클라우드 시장 보호를 호소하는 CISPE의 안을 수용할 경우, 현 디지털 시장법 초안은 오는 2023년 법안으로 통과되기 전까지 전 EU회원국들의 동의를 거쳐 폐기 및 재입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국이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정보 제공 협력을 추진하는 동안, EU 정책입안자들은 유럽의 클라우스 시장 업체들의 비즈니스 생존을 위해 디지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압력을 받고 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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