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도 주주…美 기관투자자, 대리의결권 행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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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도 주주…美 기관투자자, 대리의결권 행사 봇물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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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 기관투자자 의결권 대리행사 공시강화 추진
- 블랙록·뱅가드그룹 주주 의결권 일부 양도 계획
- 韓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5년…영향력 감소 중
[출처=프리이미지닷미]

미국에서 펀드투자자들의 주주의결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펀드·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한 정보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ESG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의 대리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그룹은 일부 투자자에게 주주 의결권을 양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에는 의결권 대리제도가 폐지된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가 도입됐으나 매년 그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은 해외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법적위반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방식이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美 증권거래위, 의결권 대리행사 정보공개 강화방침

미국 규제당국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대리행사(proxy voting)와 관련된 정보공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의결권 정보를 투명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 때문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의장은 자산운용사의 대리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규제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최근 인덱스펀드로 많은 자금이 몰리며 미국 내 빅3 자산운용사(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도 크다. 보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빅3 자산운용사는 2019년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에 평균 25%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개인·기관투자자가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할 경우 자금운용사가 이들을 대신해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 ESG 관련 투자자들 요구에 블랙록, 뱅가드 주주의결권 양도

문제는 ESG 투자다. 최근 많은 투자자금이 ESG 펀드로 모이는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ESG 투자원칙을 지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단체 매저리티액션은 지난주 블랙록, 뱅가드그룹과 같은 거액 운용사들이 기후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대리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SEC는 이번 정보공시강화를 통해 ESG 관련 관리·감독을 더욱 투명화한다는 방침이다.

비판에 직면한 자산운용사들은 규제적용에 앞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블랙록은 7일 대형 기관투자자(자산소유자)에게 직접 주주 의결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이에 해당하는 자산규모가 약 2조달러(약 2400조원)에 달할 것이라 전했다. 이를 통해 블랙록은 펀드에 투자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투자기업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도 앞서 2019년 주주 의결권을 일부 고객에게 분산한 바 있다.

◇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했으나 매년 영향력 줄어드는 중

한국은 대리행사 제도를 폐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의결권 대리행사제도는 대주주가 임의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등 여러 폐단이 발생하며 폐지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자금운용사(수탁자)가 투자회사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를 위탁자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13일 기준 국민연금을 포함한 총 170개 기관투자자가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영향력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2019년 5.4%에서 2020년 4.9%, 2021년 4.3%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기금은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는 기업을 별도로 선정·관리하나 몇 차례 면담하는 방식에 그친다. 블랙록을 포함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런 기업에 임원 안건을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과 비교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29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2021년 9월 현재 비공개대화를 거쳐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진 기업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책임투자나 주주권 행사활동이 제대로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 강화 공약도 지속적으로 실현하려는 의지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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