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견중소기업 단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통과에 일제히 반발...유예기간·재개정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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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견중소기업 단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통과에 일제히 반발...유예기간·재개정 등 요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9.29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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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내년 1월 27일부터 법 시행
- 대한상의 “정부,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보완입법 검토”
- 경총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정 추진해야 할 것"
- 중소기업중앙회 "법 시행일까지 4개월 남짓...준비 시간 턱없이 부족"
- 중견기업연합회 "오류투성이의 급조된 법...보완 작업 서둘러야"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경제계가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유예기간 등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물론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상의 문제로 발생한 사망, 부상, 질병을 중대재해로 보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게 골자다.

시행령 제정안은 직업성 질병으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급성중독, ▲보건의료 종사자가 겪는 B형 간염, ▲열사병 등 24개를 열거했다. 한 사업장에서 1년 동안 3명 이상의 근로자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라 이들 질병을 앓게 되면 중대 산업재해로 인정된다. 다만 노동계가 요구해온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암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 예방 의무 조치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경영책임자가 징역형 등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영책임자의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에 담기지 않았다. 경영계에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가 본사 대표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 대표인지 모호해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근로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산재사망사고를 당했을 경우 플랫폼 업체, 배달대행 업체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호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통과에 대해 일제히 유감 표명과 함께 우려 사항에 대한 검토를 촉구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논평을 통해 "경제계는 시행령안 입법예고 당시 중대재해 정의, 의무주체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의 법상 모호한 규정들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여전히 안전보건의무, 관계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은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시행령만으로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보완입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제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통과에 일제히 반발했다[자료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경제계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제정안이 불명확성을 해소시키지 못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됨은 물론 경영 위축과 불필요한 소송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특히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기업일수록 과잉처벌 등 더 큰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의의 기업인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안전보건 조치 내용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법률규정의 불명확성이 시행령에 구체화되지 못함으로써 산업현장에서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고 향후 관계부처의 법 집행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근본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성과 하위법령으로의 위임근거 부재 등 법률 규정의 흠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법률 개정 없이는 이를 바로잡기가 어렵다"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경영책임자 정의 등 여전히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규정된 의무사항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 및 투자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에도 정부는 내년 1월 시행을 확정했다

중견·중소기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법으로 중소기업 산업현장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혼란이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련 법이 있고 처벌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이보다 더 강력한 처벌로 징역 하한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주 의무를 중소기업이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법 시행일까지 4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사업주 처벌규정을 징역 하한에서 상한으로 전환 ▲1년 이내 반복 사망시에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주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면책 가능 등 적용을 요구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사업주 책임과 처벌 수준 적정성의 부실한 논리, 안전보건의무, 관계법령 등 여전히 모호한 다수의 규정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오류투성이의 급조된 법이 아닌 사회 발전에 필요하고 좋은 법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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