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윤종규 KB금융 회장, '리딩 금융' 재탈환 이끈 명장…새로운 승부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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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윤종규 KB금융 회장, '리딩 금융' 재탈환 이끈 명장…새로운 승부수 '플랫폼'
  • 이승제 기자
  • 승인 202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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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 KB금융 최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엎치락뒤치락 라이벌 경쟁
-윤 회장의 정확한 진단, "미래 금융은 플랫폼 싸움이다"

위기에서 명장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상고 출신 천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2014년 KB금융은 안팎의 초대형 악재에 휘말려 휘청거렸다. 실적 급감, 신뢰 하락 등으로 고전하던 KB금융이 윤 회장을 수장으로 선택한 건, 돌이켜보면 '신의 한 수'였다. 

상고 출신 외환은행 행원, 공인회계사 합격, 행정고시 필기시험 차석,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KB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 본부장 및 개인금융그룹 대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RO(최고지식책임자), 그리고 KB국민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윤 회장이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전설' 수준이다. 결코 쉽지 않은, 범인(凡人)이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성취를 일궈낸 윤 회장은 그럼에도 늘 해맑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윤 회장의 지인들은 그가 지닌 '내공'의 깊이에 혀를 내두른다. 결코 티 내지 않지만 절대 숨길 수 없는 내공! KB금융은 윤 회장의 선택으로 위기탈출에 시동을 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그날 

명장은 위기에서 빛난다…'M&A 달인' 윤종규 회장


KB금융은 지난해 4월 푸르덴셜생명보험을 2조34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 이어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이뤄진 세 번째 '빅딜'이었다. 이로써 '지주 포트폴리오'를 13개 자회사로 확장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단순히 한 개 회사를 품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선 상대적 약점으로 거론되던 생명보험 분야를 강화했다는 데 의미를 지닌다. 업계 순위 17위였던 KB생명보험은 꾸준히 이익을 내긴 했지만 덩치가 워낙 작아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했다. 

윤 회장은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인 생명보험 부문의 강화를 원했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재탈환의 디딤돌로 활용하고자 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푸르덴셜생명 인수 과정에서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며 진화에 나섰다.   

윤 회장은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발휘하며 'M&A 달인'이란 칭호를 얻었다. 2016년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1조2500억원이란 높은 금액을 적어냈다. 이로써 2017년 1월 당시 자기자본 기준으로 국내 3위에 이르는 통합 KB증권을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2015년 5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했을 당시 총자산을 기존 421조원에서 445조원으로 키워 금융지주사 자산 기준 1위에 올랐다. 

이는 뼈아픈 패배를 교훈 삼아 일군 성과이기에 더욱 값졌다. KB금융은 2015년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이사회가 보수적인 판단에 기운 탓에 가장 낮은 인수가를 제시해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회장은 낙담하기는커녕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고 이후 이뤄진 M&A 과정에서 이사회는 윤 회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서 열린 '푸르덴셜생명보험 e-타운홀 미팅'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 네번째)과 푸르덴셜생명보험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윤 회장이 수장으로 등장하기 전, KB금융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전산 시스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퇴진하는 사태를 맞았다. 금융당국이란 외풍과 권력다툼이란 내풍이 겹쳐지며 2014년 순이익이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새 1조원이 빠지며 반 토막난 수치였다. 

하지만 윤 회장이 취임한 뒤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며 '절대 반지'의 주인이었던 신한금융에 도전했다.   


◆그후 

숙명의 라이벌…"강적은 최고의 파트너"


윤종규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등장부터 '숙명의 라이벌 대결'을 예고했다. 두 사람은 거의동시에 링에 올랐다. 윤 회장은 2014년말 KB지주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을, 조 회장은 2015년초 신한은행장을 맡았다. 두 사람의 등장엔 4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조 회장은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올라섰다. 이후 두 지주는 순이익 등에서 왕좌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이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첫 해인 2017년 KB금융은 신한금융이 9년 동안 거머쥐고 있던 순이익 1위를 탈환했다. 당시 둘의 격차는 4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당시 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신한금융은 여러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절대 지존'의 위치를 다졌고 사실상 난공불락이라는 평가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신한금융은 2018년 KB금융을 내려앉힌 뒤 이듬해에도 왕좌를 지켰다. 하지만 순이익 격차는 2018년 1278억원, 2019년 9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역시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KB금융은 2020년 신한금융을 다시금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덩치를 키운 데다 대표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 사태를 피한 덕분이다. 두 지주의 순이익 차이는 406억원으로, 신한금융에선 대규모 충당금 적립을 부른 '라임펀드 사태'가 가장 뼈아팠다. 신한금융은 4분기에만 금융투자상품 손실과 관련해 2675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KB금융은 올 1분기에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해에 이어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부담에서 두 지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목할 만한 것은, 두 지주의 순이익 차이가 782억원으로 벌어진 점이다. 한 개 분기 차이가 지난해 전체 차이에 다가섰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부담을 털어내고 맹추격에 나설 경우 올해 왕좌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KB금융그룹 여의도 본관
KB금융그룹 여의도 본관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배려와 겸손의 마무리 


윤 회장은 요즘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이란 말을 달고 산다. 올초 신년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회사의 가치는 유지하고 완전한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완전한'이란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빅테크와의 결전을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말로 읽힌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빅테크가 금융 부문에서 거센 도전에 나섰고,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다. 다가올 전쟁의 핵심 전장은 '플랫폼'이라는 판단도 정확하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플랫폼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금융사는 금융 상품만을 제조하는 단순 역할에 그칠 거란 예측이다. 

윤 회장은 2023년까지 회장 자리를 9년 동안 지키게 된다. 사실상 마지막 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향후 KB금융을 이끌 후계구도 정립도 중요 과제로 여겨진다. 

회장으로서 그가 가진 소신 중 하나는 '존경받는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일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존경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욕심쟁이'다.  자신에서 시작해 널리 긍정 에너지를 퍼뜨려야 한다는 욕심쟁이, 그래서 미워할 수 없고 더 많은 욕심쟁이를 기다리게 만드는 욕심쟁이다.   

윤 회장은 부행장 시절 업무보고를 마친 팀장을 종종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고 문이 닫힐 때까지 인사했다고 한다. 배려와 겸손의 미덕이다. 그의 회장으로서의 마무리도 그러할 것이다. 

 

이승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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