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자산운용전문가의 변신···장기수익성 위한 보장성상품 중심 체질개선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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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자산운용전문가의 변신···장기수익성 위한 보장성상품 중심 체질개선 결실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1.06.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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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극복하고 보장성상품 성장 이끌었다는 평가↑
- 취임 초기 자사주 매입 등으로 책임경영과 내부직원 자심감 고취
- 올해 1분기 역대급 호실적 기록...일회성 삼성전자 특별배당 이면의 체질개선 결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사진=삼성생명]

 

보험업은 보험영업의 적자를 투자수익으로 메우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생명보험산업은 저성장·고령화 등으로 보험영업에서의 신규 수익 창출은 침체된 가운데 수입보험료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자산운용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만큼 보험산업 경영에서 자산운용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작년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으로 운용자산은 249조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계 빅3 중 나머지 2개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각각 127.5조원과 115.5조원으로, 이들을 합해도 삼성생명에 67조원이 부족하다. 

또한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삼성화재를 비롯한 국내 11개 일반손해보험사 총자산을 모두 합친 316조원과도 비슷한 규모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자산운용전문가로 통한다.

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의 위상이 남다른 만큼 대표이사에 대한 경영전략도 늘 관심거리다. 특히 저금리의 추세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된 가운데 자산운용전문가인 전 사장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날

전영묵 사장, 지난해 보험사 수익의 핵심요소인 보험영업과 자산운용수익률 하락 위기에 국내 최대 보험사 지휘봉 잡아

전영묵 사장은 지난해 3월 삼성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삼성생명맨으로 삼성생명을 떠나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5년 만에 복귀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다.

전 사장이 취임하기 전, 지난 2019년은 보험업계로는 최악의 한 해로 극도의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2019년 전체 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6.8%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생보업계는 금리하락에 따른 보증준비금 증가 등으로 보험영업손실이 크게 확대됐으며 투자영업이익도 저조했다.

생보업계 자산규모 및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생명도 실적 한파를 피하진 못했다. 그해 삼성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3% 하락했다. 매출액도 1.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1.5% 급감했다.

보험사 수익의 핵심인 보험영업과 운용수익률 모두 하락세인 상황이었다.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경고 수위도 높았다. 그간 보험사들의 외형확대만을 위한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건전성 제고에 힘쓸 것을 요구하며 감독 및 검사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심화되는 고령화 등으로 보험상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줄어들고 저금리 구조는 고착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사장 취임 당시 삼성생명 내부 조직분위기도 응집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전임 사장의 강한 원가절감 방침으로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전영묵 사장은 생명보험 본업의 위기와 함께 조직 로얄티 제고를 위한 포용의 리더십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보험사 삼성생명의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생명 본사 사옥[사진=녹색경제신문]

 

◆그후

취임 1년 만에 실적 개선 이루며 보장성보험 중심의 장기수익성 기반 마련

지난해 1월 삼성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신임 대표이사로 전영묵 사장을 추천하면서 "저성장 국면의 보험시장으로 인해 영업 부문의 매출 기여가 둔화되고 있고 저금리 지속 및 IFRS17 도입 등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전영묵 후보가 삼성생명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전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 첫 행보는 자사주 매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증시의 폭락이 거듭되던 시기에 6000주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위기돌파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반기를 지나며 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난 모습을 보인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업에서 보험업황 악화와 저금리 기조 돌파구를 모색했다. 아울러 생명보험업의 본질인 보험영업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그간 주력으로 판매했던 종신보험 상품이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포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건강상해보험 등 보장성보험에서 수익성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분기 삼성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실적 부진을 다소 만회한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전 사장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보험 비중을 38%까지 줄이고 자산운용을 32%로 늘리겠다는 구상과 함께 나머지 30%는 해외보험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생명의 실적 개선세는 지난해 3분기를 지나며 더욱 구체화됐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기록을 나타냈다. 영업회복 및 비용효율화 등으로 보험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주식시장의 안정화 기여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4분기 실적도 호조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간기준 실적 개선이 확실시 됐다.

전 사장이 취임시 밝힌 삼성생명의 비전 달성을 위한 다섯가지 핵심가치가 시장에 신뢰감을 높이며 실행력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영묵 사장은 '고객을 위한 변화와 도전'이라는 비전을 위해 ▲고객과 함께하는 ‘상생의 길’ ▲현장과 함께하는 ‘소통의 길’ ▲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가치의 길’ ▲두려움 없는 ‘도전의 길’ ▲준법을 따르는 ‘정도의 길’ 등은 비전 달성을 위한 각 부문별 전략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올해는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고객중심 경영의 답을 현장에서 꾸준히 찾아왔다. 

취임 이후 '젊은 조직' 구축을 목표로 신인 보험설계사 리크루팅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았다. 신인 설계사 연간 수수료 상향이나 50세 미만의 젊은 설계사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부 경영진과 직원 간의 진정성 있는 양방향 소통으로 수평적 상호 존중 문화 구축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CEO Talk'를 통해 CEO가 직접 임직원과 활발하게 소통.공감하고 있다. 

보험 계약과정을 디지털화한 '디지털 청약 프로세스' 도입[사진=삼성생명]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도 업계를 선도해 오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보험업계 최초로 보험설계사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고객의 지문을 촬영해 전자서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삼성생명은 금융결제원과 함께 지난 2018년부터 협업을 시작해 지난해 상반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지 5개월만에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 서면동의서 대신 지문정보를 활용해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법령은 확정됐으나 기술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업계는 보험가입 절차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처리와 본인인증 업무에 생체정보 활용을 도입한 첫 사례라고 반겼다.

또한 전 사장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고객 불편 해소와 보험 컨설턴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 계약과정을 디지털화한 '모바일 청약'을 지난해 11월 도입했다. ‘모바일 청약’은 컨설턴트의 상품 설명 이후 고객이 보험 가입을 원할 경우 컨설턴트를 다시 만날 필요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와함께 보험업계 최초로 ‘계약 전 알릴 의무’ 프로세스 자동화로 고객이 동의하기만 하면 보험금 지급 이력을 자동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해 더 빠른 시간 내에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자산운용전문가로 알려진 전영묵 사장이 보험업의 안정적 지속성장을 위한 보장성보험 강화 노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보장성 상품 초회보험료에서 전년 대비 5% 성장한 2019억원을 거둬 5년 만에 다시 2000억원 대를 회복했다. 초회보험료는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로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납입하는 보험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고객 대면이 제한된 가운데 일궈낸 실적으로 전영묵 사장의 보험영업 수익성 개선에 대한 남다른 의지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보험사의 실질적 신계약 성장 지표인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도 지난해 2조7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생명보험사들의 본질적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여겨지는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는 고스란히 실적 개선효과로 이어졌다.

전영묵 사장은 지난해 1조37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30.0% 성장하며 보험업계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굳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변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전 사장의 보장성 신계약 성장 전략과 손해율 개선 등에 보험손익이 증가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주가지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이차손익도 개선된 결과다.

[사진=삼성생명]

 

◆그리고 앞으로

공모가 이하의 주가부양과 '제판분리' 대처방안이 올해 최대 고민거리

전영묵 사장의 중장기 손익기반 강화와 안정적 기조의 자산운용 전략은 취임 1년 만에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며 올해 1분기 실적은 역대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373.2% 증가한 1조 88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56.2% 늘어 1조334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 효과도 상당하지만 지난해 건강상품 출시 등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이 주효했다.

취임 2년차 전영묵 사장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은 태국, 중국 법인의 사업기반을 강화함과 동시에 신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plc 산하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IM의 지분 25%를 6375만 파운드(약 1013억 원)에 취득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지분인수는 전 사장의 해외 자산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중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전 사장은 올해 3월 또 한차례 자사주 2000주를 매수하며 회사 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또한 배당성향 50% 확대에 대한 중기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전 사장은 기업경영 목적이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에 앞장서 업계 ESG 경영도 주도하고 있다.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ESG위원회를 구성한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ESG위원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또한 여성 사외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며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다방면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과 투명성 강화에 박차를 가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 사장은 올해 ESG경영 안착을 위한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3월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국제기구(TCFD)에 가입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하고 ESG경영 실천의지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ESG 및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과 기회 요인을 분석해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등 경영전략 의사결정에 선제적으로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생수 '삼성생명수(水)'를 출시했다[사진=삼성생명]

지난달에는 이마트, 롯데칠성과 협업으로 생수 '삼성생명수(水)'를 출시하며 판매수익금 일부는 사회공헌 활동인 환아 의료비 지원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색 컬래버 마케팅으로 고객 친화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사회환원을 통해 ESG경영도 실천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이다.

이달 3일에는 '녹색·상생·투명금융 2030 3대 중장기 ESG 전략'을 수립했다며 향후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친환경 금융'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 추세로 일부 회복을 보이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가부양이 전 사장이 풀어야 할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초 7만8000원이던 삼성생명 주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2010년 상장 당시 11만원의 공모가를 아직도 밑돌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하락으로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도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가치 등에 비하면 현재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전 사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국내의 저성장 국면에서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해외시장 개척의 구체적 성과도 쌓아야 한다.

아울러 업계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제판분리'에 대한 삼성생명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 올해 당면한 최대의 고민거리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통해 판매채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을 이끌고있는 전영묵 사장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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