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SK이노베이션 김준 CEO, 2년 전 전기차 배터리 '톱3' 천명…목표 달성 위한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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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SK이노베이션 김준 CEO, 2년 전 전기차 배터리 '톱3' 천명…목표 달성 위한 본격 '시동'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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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2019년 5월 기자간담회서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톱3 목표 밝혀
- 전 세계 친환경 기조와 맞물려 시장 규모 확대…LG와의 분쟁, 중국 경쟁 업체들 약진으로 점유율 확대는 난항
- 올해 LG와의 합의로 소송 리스크 떨쳐내…미국 시장 진출로 본격적인 사업 확대 기대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9년 5월 27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 총괄사장이 제시한 청사진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연간 약 5GWh(기가와트시) 정도인 생산 능력을 오는 2025년까지 100GWh로 키우고, 배터리 수주 잔고 역시 430GWh에서 700GHw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 순위는 '글로벌 톱3'였다.

김 총괄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중심을 전기차로 낙점한 상황에서, 김 총괄사장은 전기차 배터리가 제 2의 반도체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괄사장의 예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매년 매출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의 기나긴 분쟁, 중국 경쟁업체들의 약진 등으로 초기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길고 길었던 소송 리스크를 떨쳐 낸 SK이노베이션은 다시 한 번 사업 확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업,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김 총괄사장의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그날

'독한 혁신' 강조한 김준 SK이노베이션 CEO…"2025년 배터리 사업서 글로벌 톱3에 들겠다"

2019년 5월 27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복한 미래를 위한 독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마이크를 들어올린 김 총괄사장은 기존 석유 및 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패키징·오토모티프 사업의 확장, 석유 사업의 친환경 장비를 적극 도입, 북미 셰일자산·신규 유전 확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김 총괄사장은 간담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김 총괄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025년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니켈 비중을 더 높인 배터리 기술 개발을 끝내고 오는 2022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간 5GWh 수준의 생산 능력을 2025년 100GWh로 끌어올리고, 430GWh 수준의 수주 잔고를 700GHw로 확대키로 했다.

단순히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그 이후의 단계를 아우르는 비전도 제시했다. 수리·렌탈·충전·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와 관련된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총괄사장이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아낌없는 투자를 공언한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향후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김 총괄사장은 2019년 3월 미국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하루 앞두고 "2025년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연간 1000GWh 규모로 2017년의 10배에 달할 것"이라며 "기존 내연기관차에 대한 각국의 규제와 자율 주행 등 새로운 자동차 문화까지 고려하면 매년 성장률이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자리에 오른 2017년 직후부터 '딥체인지 2.0' 경영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및 소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왔다.

딥체인지 2.0은 전 사업에 걸쳐 기존 관습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기존 사업에서의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와 지속성장이 가능한 신사업 발굴이 주 골자다. 김 총괄사장이 전기차 사업 영역에서 추진한 딥체인지 2.0 전략은 2017년 헝가리 공장 신설, 2018년 폭스바겐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2019년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신설 추진 등의 굵직한 결실을 맺었다.

덕분에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2018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0.8%의 점유율로 16위에 머물렀던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상반기 2.4%의 점유율로 8위까지 올라섰다.

◆ 그후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나…기나긴 분쟁·中 업체 약진으로 점유율 확대 '난항'

김 총괄사장을 필두로 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 전략은 세계 주요국들의 친환경 기조와 맞물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매출액은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000억원 대에서 4000억원 후반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4분기 잠시 숨을 고른 뒤 지난 1분기에는 5264억원의 매출로 분기 사상 첫 5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손실은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1000억원 내외를 기록했는데, 이는 배터리 공장 증설을 공격적으로 행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말에 중국 옌청에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올 1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 혜주 공장 역시 같은 기간 양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2019년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하반기 특허침해 혐의로 LG화학을 고소하고, LG화학이 곧바로 맞소송을 걸며 양 사간 갈등의 골은 순식간에 깊어졌다.

업계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양 사간의 배터리 분쟁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양 사가 분쟁에 소비하는 시간과 인력 등 비용이 만만치 않고, 소송에 몰두하는 사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에서였다. 사업 불확실성 확대로 고객사와의 갈등이 깊어지는 점도 문제였다.

이에 김 총괄사장은 2019년 9월 서울 모처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두 경영자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을 뿐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치열하게 전개되던 양 사의 배터리 분쟁은 2020년 2월, 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승인 예비 결정을 내리며 형세가 LG화학 쪽으로 기울어졌다. SK이노베이션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ITC가 해당 소송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ITC는 지난 2월 최종 판결에서도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LG화학에 현금과 로열티를 각각 1조원씩 지급하는 조건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분쟁 발생 약 700일 만이었다.

그 사이 CATL, BYD, CALB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갔다. CATL의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월 기준 22.8%에서 2021년 1월 31.2%로 8.4%p 성장했으며, BYD 또한 같은 기간 점유율을 3.6%에서 8.9%까지 늘렸다.

오랜 시간 분쟁을 이어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나란히 하락세를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0년 1월 23.9%의 점유율에서 2021년 1월 18.5%로 5.4%p 감소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점유율이 4.5%에서 3.9%로 다소 하락했다.

2019년까지 상승하던 순위가 고꾸라졌다는 점도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뼈가 아픈 일이었다. 2020년 1월 점유율 순위 6위에 안착했던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월 기준 BYD와 CALB에 역전을 허용하며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 2021년 1분기를 기준으로 한 점유율도 5.1%로 6위에 그대로 머물렀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 그리고 앞으로

불확실성 걷어내고 해외 시장 진출…생산량 증대·기술 초격차 본격 시동

다만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향후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지지부진한 배터리 분쟁을 끝마친 만큼 이를 둘러싼 여러 리스크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마치자마자 그간 움츠러들었던 미국 시장 진출 사업을 다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이 지난 4월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등과 함께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것이 그 일례다.

총 3조원이 투입된 SK이노의 조지아주 배터리 1·2공장은 각각 2019년과 2020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각각 내년과 내후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1·2공장의 총 생산 능력은 21.5GWh로 알려져 있다. 이날 김 총괄사장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준 현지 지역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켐프 주지사 역시 “사안을 마무리하고 이곳에서 사업을 지속하기로 한 SK에 감사하다”며 “미국의 제조업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을 막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화답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도 손을 잡았다. 양 사는 지난달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6조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되는 배터리셀 등 제품은 포드가 생산하는 순수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 총괄사장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차 산업 성장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사 EVE에너지와 합작투자를 통해 중국 2공장 건립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계약상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지만, 중국2공장 생산능력은 약 20GWh 규모로 단일 공장으로는 회사의 최대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총 100GWh 확보하

중국 옌청에 1공장과 같은 규모의 2공장을 증설하고, 총 21.5GWh 규모 미국 조지아 1·2공장과 9.8GWh 규모 헝가리 코마룸 2공장을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힘입어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까지 85GWh, 2025년까지 125GWh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생산능력은 25년 125GWh(20년 30GWh)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며 소송 리스크 해소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미국 3, 4공장 추가 증설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다"며 "수주 확대와 공격적인 케파 증설로 중장기 높은 실적 성장이 기대되며 배터리 사업 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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